증권
고가주택 대출 규제에…은행들 내년 수익 `걱정`
입력 2019-12-17 17:41  | 수정 2019-12-17 20:51
초고가 주택 대출이 막히면서 내년 시중은행들 수익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시중은행이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출한 금액만 1조원이 넘는데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관련 대출이 전면 금지된 데다 개인사업자의 주택 구입용 대출까지 봉쇄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가계대출 1·3위(11월 말 대출 잔액 기준)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 각각 의뢰해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취급한 전체 부동산담보대출 중 대출 실행 시 담보평가액 15억원을 초과한 주택의 대출 금액을 받아보니 두 은행을 합쳐 7961억원에 달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까지 포함하면 올해 초고가 주택 대출 금액은 1조원이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가계대출 1조원이 사라지면 순이익의 0.2%가 감소할 것"이라며 "신예대율 규제로 가뜩이나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데 기습적인 부동산 대책까지 겹쳐 가계대출 증가율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가계대출 금액은 608조5332억원이다. 작년 11월 말(566조3474억원)보다 7.4% 증가했다. 이는 2017년 11월 대비 2018년 11월 가계대출 증가율(7.7%)보다는 하락한 숫자다. 신예대율로 대표되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가 반영된 것으로, 내년에는 15억원 이상 주택 대출까지 막히면서 가계대출 성장세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은행들의 소호대출(자영업자) 성장세도 막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호대출은 국민은행을 기준으로 기업대출의 57.9%, 전체 원화대출에서는 26%를 차지하는 또 다른 은행 수입원이다.
16일 발표된 대책에는 주택임대업·매매업 외 다른 업종에 속한 사업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소호대출은 개인사업자가 임금 지급이나 생산설비 등을 이유로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대출받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상품이다. 그러나 일부 대출자는 돈을 빌려 주택 구입 등 목적으로 이 상품을 사용해왔다. 금융당국이 작년부터 대출자당 5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서는 대출 용도를 점검해왔기 때문에 5억원 이내는 자유롭게 빌려 썼다는 의미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고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5억원 이내 소호대출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 목적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초저금리 지속에 파생결합펀드(DLF) 규제로 내년 수익이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규제까지 나오자 사업계획 수정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