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화 제안' 비건에 침묵하는 북한…강경노선 향해 가나
입력 2019-12-17 17:38  | 수정 2019-12-24 18:05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의 대화 제의를 외면해 결국 기대를 모았던 북미협상이 무산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비건 대표는 어제(16일)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며 만남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지만, 북한은 오늘(17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할 때까지 아무런 호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비건 대표가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기는 했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었습니다.

사전에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방한 기간 비건 대표가 약식회견을 통해 내놓은 제안을 북측이 수용할 만큼 북미 관계가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하고 연일 미국을 위협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대미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북한이 비건 대표를 빈손으로 돌려보낸 것에 대해 '실망감의 표시'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제(15일) 북한군 서열 2위이자 남한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 대화의 여지를 열어놨습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이튿날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원론적으로 말했을 뿐, 제재 완화 등 북한이 원하던 선물 보따리는 전혀 풀어놓지 않았습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건 대표의 기자회견이 지나치게 막연했다. 북한과 물밑접촉을 한 다음 공개발언을 했다면 모르지만, 물밑접촉 없이 저렇게 추상적으로 말했다면 북한으로서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요인이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연말 시한'을 앞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린 비건 대표의 대화제안이 물 건너간 만큼 북한은 앞으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회담을 위해서는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으로 성의를 보였는데 미국이 1년 넘게 아무런 '선물'을 주지 않은 만큼, 미국을 선의로 대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강공모드로 전환할 공산이 큽니다.

실제로 미국은 현지시간 16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자 "시기상조(premature)"라며 논의를 일축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7일과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등에서 중대 시험을 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시사해온 연장선에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행동에 앞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하는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앞으로 취할 노선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모두 참석해 당의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구 교수는 "'새로운 길'을 두고는 핵 억제력 강화, 북·중·러 협력, 다자협상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간담회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북한이 힘으로 보여줄 테고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도발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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