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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1루` 경쟁했던 박병호·오재일, 8년 뒤 KBO리그 `최정상 1루수` 됐다
입력 2019-12-17 11:33 
한 팀에서 경쟁을 했던 박병호-오재일은 2019년 정상급 1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사진=MK스포츠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성범 기자
동갑내기 두 친구는 한 팀에서 1루 베이스를 놓고 경쟁했다. 이긴 자는 1루를 지켰고, 패한 자는 적을 옮겼다. 그리고 8년 뒤 둘은 정상급 1루수로 발돋움했다.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10일 2년 연속이자 개인 5번째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박병호를 이어 1루수 골든글러브 2위로 이름을 올린 이는 오재일(33·두산 베어스). 오재일은 8년 전 넥센(현 키움) 시절 박병호의 1루수 경쟁자였다.
둘의 인연은 상무 시절부터 올라간다. 2005년 지명된 둘은 각각 LG트윈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2007년 나란히 상무행을 택했다. 상무는 기회의 땅이었다. 같은 포지션에도 박병호는 2008년 2군 홈런왕(24개)-타점왕(74)을 휩쓸었고, 오재일은 타율 0.339 10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룸메이트였던 이들은 운동도 같이하고 서로의 타격폼을 봐주는 등 경쟁 속에서도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러나 상무에서의 활약이 제대 후 1군에서 이뤄지진 않았다. 박병호는 2009-2010년 146경기 타율 0.204 16홈런 47타점으로 거포 가능성만 남겨놨다. 오재일은 주로 대타로 나왔다. 2년간 82경기 타율 0.167 1홈런 13타점에 그쳤다.
이숭용(48)의 후계자를 찾던 넥센은 내부 자원보다 외부에서 선수를 택했다. 송신영(42), 김성현(30)을 내주고 심수창(38), 박병호를 데려와 변화를 꾀했다. 박병호 영입에는 김시진(61) 감독의 의중이 컸다. 박병호를 1루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의사였다. 오재일이 2011년 초에도 부진하며 구단에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것 역시 이유가 될 만했다.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이지만 이전처럼 마냥 웃을 수 없는 경쟁이었다. 한 명은 1루수가 되고, 1명은 백업 1루수 혹은 2군 타자로 남아야 했다. 김시진 감독의 지지를 받은 박병호는 4번 타자로 꾸준히 기용됐다. 그 결과 넥센에서 51경기 타율 0.265 12홈런 28타점으로 1루 자리를 꿰찼다. 지명타자로 기용 받던 오재일은 46경기 0.230 1홈런 11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경쟁에서 밀린 오재일은 2012년 7월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이성열-오재일 트레이드).
오재일에게 글러브를 주는 박병호. 사진=MK스포츠DB
박병호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리그의 홈런왕으로 거듭나며 메이저리그(MLB)도 다녀왔다. 오재일은 3년이 지나고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두산의 두꺼운 전력에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오재일은 2015년 홍성흔(43)의 부상 때 기회를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2015년 타율 0.289 14홈런 36타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100경기 이상 출장-20홈런 이상-80타점 이상으로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둘은 아이러니하게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 박병호는 KBO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 메이저리그 진출, 국가대표 승선 등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영예들을 누렸다.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되레 큰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작아졌다. 포스트시즌 통산 41경기 타율 0.228 10홈런 23타점으로 생산력이 떨어졌다.
오재일은 뚜렷한 개인 타이틀은 없었다. 그러나 두산과 함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3회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2017년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홈런 9타점을 올리며 포스트시즌 한경기 최다홈런·최다타점을 경신했고, 2019년 한국시리즈는 타율 0.333 1홈런 6타점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큰 무대에서는 임팩트를 확실하게 남겼다.
8년 전 생존을 두고 경쟁했던 이들은 2019년 수상을 두고 경쟁을 했다. 이번에도 승패는 가려졌다. 그러나 승패 여부가 중요하진 않았다. mungbean2@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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