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대전 빅3 가운데 두 작품이 먼저 베일을 벗었다. 마동석 박정민의 ‘시동이 먼저, 한석규 최민식의 ‘천문이 어제(16) 공개된 가운데 마지막 주자인 ‘백두산은 개봉 하루 전인 내일(18일) 공개된다. 과연 연말 대전의 승자는 누가될까.
오는 18일 개봉하는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를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휴먼 드라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특히 마동석의 파격적인 비주얼과 익살 넘치는 예고편 덕분에 ‘시동은 영화 ‘극한직업에 버금가는 코미디로 포장됐지만 알고 보면 착한 휴먼 드라마에 소소한 코미디를 녹였다. 보다 영화를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웃음에 대한 과한 기대감을 내려놓기를 권하고 싶다.
영화의 웃음은 70% 이상을 마동석이 담당하고, 나머지 30% 역시 마동석과 박정민의 티격태격 케미에서 나온다. 다소 긴 전반부에 다양한 캐릭터가 친절하게 설명되다 후반부로 갈수록 택일과 상필의 성장기에 가족 이야기 등을 버무려 감동 코드에 집중했다. 각종 갈등들이 짧고 굵게 한 방에 터졌다 매듭지어지면서 다소 시시한 느낌도 준다.
촘촘한 서사와 개연성이 더해졌다면 훨씬 극대화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그럼에도 착한 메시지와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상당 부분 상쇄된, 딱 기대했던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참고로 박정민과 정해인의 절친 케미는 훈훈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은 짧아도 너무 짧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연말대전 빅3 중 가장 늦은 26일 개봉하는 ‘천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극으로 일찌감치 탄탄한 시나리오와 최민식 한석규의 만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영화는 긴 시간 같은 꿈을 꾸며 신분의 격차도 뛰어 넘은 채 위대한 업적을 세운 영실과 세종이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인연이 끊겼다는 역사적 기록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부터 시작된다.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생사는 물론 발명품의 제작 자료에 대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도록 돌연 의문을 남긴 채 사라진 이유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을 입혀 완성한 것.
두 거장과 ‘멜로 장인의 만남,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주는 고증을 소재로 한 만큼 신뢰도가 높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택한 차별화 전략이 대부분 실패한 것.
숨겨진 이야기라 전면에 내세우기엔 그다지 새로운 상상력이랄 게 없고, 장영실이 왜 그토록 대단한 업적을 세웠음에도 자취와 기록에서 사라졌는지에 대한 표현이 흥미롭게 그려지지도 못했다. 인물들의 성격과 배경, 각종 위험 속에서 이뤄낸 결과만으로도 두 사람의 진한 우정과 정신, 열정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만 감독은 그 어떤 여백의 미와 사색의 시간을 주지 않은 채 과도한 양의 대사와 지나치게 감성적인 질의응답으로 132분을 지루하게 채운다. 조연들의 진부한 쓰임새 역시 아쉬운 대목.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마지막 주자는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신작이자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백두산'이다. 세 작품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기대작으로 손익분기점도 앞의 두 작품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예매율 1위에 등극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상태.
영화는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올 한해 흥행을 독식한 CJ엔터테인먼트의 마지막 야심작이다. 260억을 들인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730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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