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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새로운 팀, 과연 어디일까 [김재호의 MLB돋보기]
입력 2019-12-17 06:27 
류현진은 어느 팀으로 가게될까?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주말 사이 선발 FA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코리 클루버가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고, 매디슨 범가너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5년 8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FA 시장에서 쓸만한 선발 투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 선발 보강을 달성하지 못한 팀은 애가 탈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류현진 FA 시장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류현진은 어떤 팀으로 가게될까?

토론토 블루제이스
현재까지 류현진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팀이다. 캐나다 스포츠 매체 '스포츠넷'은 블루제이스가 류현진 영입을 "로테이션을 업그레이드할 최고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3년 계약이 합리적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4년 이상도 가능해보인다. 토론토는 실로 선발 보강이 절실한 팀이다. 이미 체이스 앤더슨, 태너 로어크를 영입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습이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토론토가 현재 로스터를 유지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6080만 달러 수준의 연봉 총액을 유지하게 된다. 투자할 여유가 많다는 뜻이다. 류현진이 정말로 지리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기간과 돈만 본다면, 토론토에게도 승산이 있다.
토론토는 이기는 팀은 아니다. 그러나 잠재력은 무한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토론토는 날씨는 로스앤젤레스보다 나쁘지만(미국에서 로스앤젤레스보다 날씨가 좋은 곳은 찾기 어렵다), 류현진과 그의 가족이 적응하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이다. 앞서 토론토에서 반시즌을 뛰었던 오승환도 한인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다. 원정 이동은 조금 고달플 수 있다. 모든 원정 때마다 국경을 넘어야하기 때문. 그러나 전세기로 이동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솔직히 투수에게 매력적인 팀은 아니다. 투수에게 제일 힘들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소속팀이다. 팀 자체도 '이기는 팀'은 아니다. 3시즌 연속 5할 승률 밑을 맴돌았고, 포스트시즌도 나가지 못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좋은 팀이 될 수 있을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토론토는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보 비셋,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캐반 비지오 등 젊은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빅리그에 정착하고 있다. 투수진만 정비된다면 멀지 않은 미래 다시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돈 많이주는 팀'에 갔는데 그 팀이 못하더라도 자기만 잘한다면 '이기는 팀'에서 데려가게 돼있다. 잭 그레인키를 보라.

미네소타 트윈스
류현진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토론토 다음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팀이다. 이미 제이크 오도리치, 마이클 피네다와 재계약하며 어느 정도 숫자를 채웠지만, 선발진 자체의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101승을 기록하며 지구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포스트시즌에서 힘도 쓰지 못하고 패한 결과다. 홈런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타선은 리그 최강이라 할 수 있는데 투수진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선발진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네소타는 지난 시즌 지구 우승팀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미네소타는 당장 다음 시즌에도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팀이다. 아메리칸리그 중부 지구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캔자스시티 로열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리빌딩중이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이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의욕적인 전력보강중인 시카고 화이트삭스 정도가 대항마라 할 수 있겠다. 대다수의 FA들은 '돈 많이 주는 팀'을 원하지만 동시에 그 팀이 '이기는 팀'이기를 바란다. 류현진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적응에는 다소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트윈스의 연고지 미니애폴리스는 한인 커뮤니티가 큰 곳도 아니다. 거기에 날씨도 좋은 편이 아니다. 4월에도 눈이 내린다. 경기장은 야외 구장이다.

LA다저스
류현진과 재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얼마나 진지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게릿 콜, 매디슨 범가너 등 FA 선발 영입 시장에서 줄줄이 헛물을 들이키면서 압박은 더해지고 있다.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약속해놓고 움직임이 없다. 뭔가는 해야한다. 이들이 류현진 영입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A는 류현진과 그의 가족이 가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에게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LA의 좋은 날씨, '서울시 나성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활성화된 한인 커뮤니티, 그리고 투수 친화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은 그와 그의 가족들이 살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 될 수가 있다. 류현진은 선수 생활동안 팀을 자주 옮긴 선수가 아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다저스와 재계약은 거기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준다. 그리고 다저스는 '이기는 팀'이다.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7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시즌에도 가장 유력한 지구 우승후보다.
문제는 다저스가 얼마나 절실하게 류현진을 원하느냐다. 만약 이들이 정말 그렇게 절실했다면, 지난 시즌에 퀄리파잉 오퍼대신 다년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류현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이다. 그게 문제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당장 이들이 선발 보강이 절실한 것도 아니다. 사실, 이들에게 보강이 필요한 분야는 따로 있다.

LA에인절스
에인절스가 류현진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황상"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팀이다. 선발 보강이 필요한데 돈을 엉뚱한 곳에 썼다(앤소니 렌돈 7년 2억 4500만 달러). 아직 선발 투수 1~2명을 데려올 여유는 있다. 이왕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구성한다면, 남은 FA 선발 중 데려올 만한 투수가 류현진, 아니면 댈러스 카이클 정도다.
류현진은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잘던진 기억이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에게 에인절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뭔가 새로운 분위기를 내고 싶은데' '다른 동네로 가는 것이 불편하다면' 에인절스만큼 좋은 곳이 없다. 에인절스가 연고로 하는 애너하임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1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다(차가 안막히면 40분 거리지만 차가 막히지 않을 때가 없다). 에인절스타디움도 파크팩터 98로 투수 친화 구장으로 꼽힌다. 류현진은 그리고 이곳에서 잘던진 경험이 있다. 편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이 팀에서 특히 투수의 팔과 관련된 부상이 많았다는 점은 걸리는 요소다. 특히 그중에는 가렛 리처즈, 오타니 쇼헤이처럼 팔꿈치 부상 이후 주사 치료 이후 등판을 강행하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시즌 이 팀에서 100이닝을 넘긴 선발 투수가 나오지 못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이 문제는 앞서 마이크 소시아 감독 시절부터 일어났던 일이다. 새로운 사령탑이 이런 문화를 얼마나 많이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다른 팀
범가너가 애리조나로 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처럼 류현진도 예상하지 못한 팀을 새로운 행선지로 택할 수도 있다. 앞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이 류현진에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릿 콜, 웨이드 마일리의 빈자리를 채워야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정상급 선발 FA 영입의 꿈을 완전히 접지 않은 듯하다. 잭 윌러에게 오퍼했으나 미끄러진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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