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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구승민의 첫 수술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곧 만나요]
입력 2019-12-17 05:30 
구승민은 7월 5일 엔트리 말소 뒤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재활에 전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년간 100경기 이상 등판한 롯데 투수는 총 4명이다. 진명호가 120경기(125이닝)로 가장 많이 호출됐으며, 고효준(118경기 94⅔이닝)과 손승락(110경기 110⅓이닝)이 그 뒤를 이었다.
구승민(105경기 109⅔이닝)이 네 번째다. 어쩌면 1위가 될 수도 있었다. 7월 5일 1군 엔트리에 말소된 그는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말소 시점 당시 롯데는 60경기가 남아있었다.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예상 밖의 시즌 아웃이었다. 1군 복귀 소식이 들리지 않더니 뒤늦게 수술 소식만 전했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구승민은 사실 나도 구단도 몰랐다. 1군 말소 당시만 해도 팔꿈치 통증이 전혀 없었다. 엔트리 제외도 재정비 차원이었다. 2군에서 휴식을 취하고 몸을 다시 만들어 복귀할 계획이었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2군 경기(7월 17일 상무전)에서 팔꿈치 상태가 안 좋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도 통증이 남아있었다.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뼛조각이 발견됐다. 그래도 완주하고 싶었으나 뼛조각 위치가 안 좋았다. 빨리 수술을 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수술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의 84경기 중 41경기에 호출된 구승민이다. 2경기 중 1경기꼴이었다. 2013년 입단한 구승민은 군 복무를 마친 2017년까지 1군 12경기만 뛰었다. 혹사 논란이 팔꿈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승민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시점에 따라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부상자가 알면서 다치는 건 아니다. (중요한) 보직을 맡고 기회를 받은 만큼 (계속) 공을 던졌다. 필승조는 팀이 이기는 경기에 등판하는 게 당연하다. 나를 기용한다는 건 그만큼 믿어준다는 의미다. 거꾸로 내가 준비를 덜 한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구승민이 전열에서 이탈하고 재활하는 사이, 롯데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 팀 성적은 엉망이었다.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했다. 양상문 감독이 사퇴했고, 지휘봉은 공필성 감독대행을 거쳐 허문회 신임 감독이 잡았다. 투수코치(주형광→노병오)도 교체됐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구승민은 내게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부응하지 못했다. 죄송했다. 텔레비전으로 롯데 경기를 봤는데,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내가 있었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많이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은 다른 수술보다 위험 부담이 크지 않다. 재활 기간도 길지 않은 편이다. 수술 후 3개월이 지났다. 구승민은 내년 2월 스프링캠프 참가를 목표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활 과정은 순조롭다.
구승민은 야구선수 사이에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다. (안 좋은 위치에 있던) 뼛조각 하나만 뺐다. 그동안 몸을 만들고 있는데, 경과가 생각 이상으로 좋다는 소견이다. 11월 말 혹은 12월 초에 투구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어 여유 있게 준비 중이다. 내년 1월 필리핀으로 건너가 (박)시영이 형과 같이 (합류 여부는 경과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운동할 계획이다. 그때 공도 던지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구승민이 7월 4일 KBO리그 문학 SK전에서 7회말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그의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사진=김재현 기자
긍정적인 성격이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재활을 힘들지 않게 소화하고 있다. 생각도 많아졌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겠다는 생각도 너무 막연했다. 하나씩 고쳐가고 있다.
구승민은 야구공을 잡은 후 첫 수술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아플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아프지 않고 야구를 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내 몸의 소중함을 느끼며 더 알아가는 시간을 얻었다. 몸 관리의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마무리 훈련에 소집했던 구승민은 재활조에 있었다. 다른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하루빨리 건강하게 공을 던지기를 소망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건강만 회복하면 끝은 아니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올해 1승 4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6.25에 그쳤다. 지난해 성적표(7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보다 나빠졌다.
구승민은 올해는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다. 야구 기록은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다. 그 숫자를 너무 의식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더 좋아져야 한다고 의식했다. 공도 150km를 던져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너무 쫓겼다. 집착에 가까웠다. 떨어진 구속을 올리려다가 제구까지 안 됐다”라며 냉철한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봤다.
스스로 너무 과신했다. 구승민은 상대도 2018년의 구승민과 2019년의 구승민이 다르게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는 낯선 투수였던 만큼 분석이 덜 됐다. 올해는 그렇지 않은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내 공이 여전히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게 말리면서 만족스럽지가 않았다”라고 자아비판을 했다.
다시 출발선에 섰다. 자리를 되찾기 위해 도전자의 위치가 됐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게 많다던 그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단, 앞으로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새 시즌 목표도 바뀌었다.
구승민은 맨 처음으로 돌아왔다. 지금 내 자리는 정해진 게 없다. 다시 도전하는 입장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래도 수술 후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팔이 건강해지면서 기대감도 크다. 우선 건강하게 공을 (시즌 끝까지) 던지는 게 목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라며 롯데 팬에 건강하게 투구하는 걸 보여드릴 수 있도록 겨우내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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