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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박항서의 마법, 베트남은 더 흠뻑 빠졌다 [2019년 그 사람]
입력 2019-12-17 05:20  | 수정 2019-12-17 05:21
2019년 박항서 매직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박항서 감독은 2020년에도 베트남 축구와 함께 또 다른 마법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노기완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쌀딩크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9년에도 기적을 연출했다. 2018년에 이어 ‘박항서 매직은 계속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19년 시작부터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조별리그 D조 첫 2경기에서 강호 이라크와 이란에 발목을 잡히며 16강 전망이 어두웠다. 하지만 3차전에서 예멘을 2-0으로 잡고 3위 자리를 차지했다. 3위 와일드카드에서 E조 레바논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이 모두 같았으나 페어플레이 포인트에서 1점 앞서며 우여곡절 끝에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6강에서 베트남은 요르단을 승부차기로 꺾으며 아시안컵 사상 토너먼트 첫 승과 함께 2007년 이후 12년 만에 8강에 올랐다. 베트남 축구의 2019년은 그렇게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베트남은 9월부터 열리고 있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G조에 편성된 베트남은 3승 2무(승점 11)로 무패 행진과 함께 선두에 올라있다. 베트남이 1위 자리를 지키거나 2위 중 상위 4팀에 들어갈 경우,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베트남 A대표팀에 박항서 감독은 이어 22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신화를 창조했다.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60년 만에 남자 축구 금메달을 차지했다. 1959년 남베트남이 우승한 이후 60년 만이며, 1976년 통일 이후 처음이다. 4승 1무(승점 13)로 B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베트남은 4강에서 캄보디아,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잡으며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박항서 감독이 부임한 뒤로 베트남은 특히 태국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축구에서 베트남과 태국은 오래된 앙숙 관계다. 올해 베트남은 단 한 번도 태국에 패하지 않았다. 6월에 열린 킹스컵 4강에서 베트남은 승부차기 혈전 끝에 태국을 잡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후 태국은 7월 니시노 아키라(62) 전 일본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니시노 감독 선임 후 ‘사령탑 한일전이 성사됐고, 양국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박항서 감독이 계속 웃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 2번 맞대결을 모두 0-0으로 비겼다. 베트남은 조 선두지만 태국은 조 3위에 불과해 최종 예선 탈락 위기를 맞았다.
베트남과 태국은 SEA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다시 만났다. 태국이 비록 전반 11분 만에 2골을 넣었으나 베트남이 뒷심을 발휘하며 경기를 2-2로 끝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1위로 4강에 진출한 데 이어 동남아시안게임 최종 우승을 했으나 태국은 조 3위에 그치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이후 박항서 감독의 실력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 자상한 인품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와의 SEA 결승전에서 승리한 이후 부상당한 상대팀 선수에게 직접 사과하며 안부를 물었다. 베트남 언론은 이에 대해 친근함과 전문성을 겸비한 지도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베트남 선수들에게 박항서 감독의 역할은 감독 이상이다. 그는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따뜻하게 지도했다. 박항서 감독은 SEA 이후 선수들에게 고맙고 자랑스럽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앞서 11월 베트남과 3년 재계약에 합의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과 한국에 들어와 내년 1월에 있을 2020 AFC U-23 챔피언십 본선을 준비한다. 앞으로 다가올 2020년에 또 다른 ‘매직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dan0925@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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