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독 '기소유예' 많은 성범죄…피해자 두 번 울린다
입력 2019-12-15 11:00  | 수정 2019-12-15 12:56
【 앵커멘트 】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는 배우 강지환 씨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논란이 됐었죠.
그런데 성범죄의 경우 검찰이 '기소유예', 말 그대로 범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재판에 넘기지 않는 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높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A씨는 3년 전 과 선배 자취방에서 신체 접촉을 거부했지만 강제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이후 A씨는 우울증을 앓다 지난 4월 해바라기 센터의 도움으로 남성을 강제추행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결정은 '기소 유예'였습니다.


피의사실이 인정되고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둘이 호감 갖는 관계였고 피해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입맞춤했다"며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본 겁니다.

▶ 인터뷰 : 피해 여성
- "'네 탓이지' 라는 게 불기소 이유서에 있었고 그게 많이 상처가 됐어요. 이런 일이 저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국민청원까지 올렸고…."

이처럼 성범죄는 혐의가 인정돼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데,

「올해 약 3만여 건 중 약 3분의 1이 불기소 처분됐고 그 중 기소유예가 32.5%였습니다.

반면 살인과 강도 등 흉악사범은 2.5%, 폭력과 상해 등 폭력사범은 16.4%로, 성범죄가 다른 강력범죄보다 기소유예 비율이 훨씬 높은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의자를 상대로 변호사 업계에서 기소유예를 받는 팁까지 내세우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기소유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노려, 관련 노하우를 앞세워 홍보하고 있는 겁니다.

▶ 인터뷰 : 박찬성 / 변호사
- "(그동안)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유예 처분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기계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진의를 섬세하게 헤아려야…."

▶ 인터뷰(☎) : 장다혜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양형 기준을 엄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요. 피해자가 받을 충격이나 고통이나 향후의 영향 이런 것들이 피해자로서 고려가 될 필요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대로 된 양형 기준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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