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미중 고래싸움 `Off`…한국 산타랠리 `On`
입력 2019-12-13 17:34  | 수정 2019-12-13 19:51
한국 증시를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13일 1단계 무역협상 합의로 휴전에 들어갔다. 그간 1년 넘게 맥을 못 추던 한국 증시는 물론 아시아 주요 주식시장도 13일 일제히 강세로 마감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이어진 긴 약세장을 마무리하고 연말 '산타랠리'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내년 상승장으로 갈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13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32.90포인트(1.54%) 오른 2170.25로 급등했다. 코스피가 2170선을 회복한 건 지난 5월 7일 종가 2176.99를 기록한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전날인 12일 선물과 옵션 동시 만기를 맞이해 코스피에서만 5512억원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13일에도 5149억원을 순매수했다. 12일엔 프로그램 매수가 대부분이었지만, 13일엔 무역전쟁의 방향성에 따라 매수세가 붙은 것이 달라진 점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6.51포인트(1.02%) 오른 643.4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2만4023.10로 2.55% 상승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국은 15일 부과 예정이던 1560억달러 규모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에 시행 중인 36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최고 50%까지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연 400억~500억달러 규모로 대량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금융서비스 시장 접근권 확대 등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그간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수출국 한국이 한층 부담을 덜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대 제조업과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미국 대형 기술주에 몰려 있던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해외주식 담당 매니저는 "무역합의로 그간 위축됐던 한국, 대만, 중국의 제조업과 수출 경기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미국 대형 기술주에 몰린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옮겨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2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증시가 추세적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1단계 합의 이후로도 실물 경제지표 추이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글로벌 교역량과 한국의 수출 감소의 직접적 악재였던 미·중 무역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에선 분명 호재"라면서 "주식시장 반응과 달리 실물 경제활동 회복 속도는 그간 둔화를 보인 것에 비례해 완만한 회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9%와 3.0%로 당초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분기별로 얼마나 수입하는지 평가하고, 합의한 규모보다 10% 이상 모자랄 경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이 들어 있다는 점은 분기마다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발발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냅백 조항을 비롯해 내년 미국 대선 이후로 2단계 협상이 미뤄진 점을 감안해 국내 증시엔 단기 상승 여력과 함께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단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일부 선반영돼 있었고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소되면 전 세계 경제에 공급되는 달러화가 줄면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트리핀의 딜레마'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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