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형PEF, 15조 실탄 확보…M&A `큰장`
입력 2019-12-11 17:58  | 수정 2019-12-11 23:38
◆ 진격의 PEF ◆
대형 사모투자펀드(PEF)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내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2004년 처음 도입된 후 15년 만에 '조 단위' 자금을 보유한 국내 PEF가 사상 처음으로 4개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 계열사나 사업부 매각에 나서고 있어 PEF들이 대기업 구조조정 도우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자금 모집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블라인드 PEF(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펀드)는 총 4개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42억달러(약 5조원) 규모를 1차 모집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기관투자가 자금을 추가 유치해 최대 65억달러(약 7조7300억원) 규모 5호 펀드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온시스템, 쌍용양회 등 굵직한 제조업체를 보유한 한앤컴퍼니는 지난 9월 3조8000억원 규모 3호 펀드 조성을 마쳤다.
국내 기관투자가 자금을 가장 많이 굴리는 것으로 알려진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11월 말 기준 1조9000억원 규모를 모집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추가로 자금을 모집해 2조2000억원 규모 로즈골드 4호 펀드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미 1조2100억원 규모를 모집한 스페셜시추에이션(SS) 2호 펀드를 내년 초까지 1조5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들 4곳 운용사의 신규 펀드 규모는 최대 15조2300억원에 달한다. 한 IB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에 지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 자금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PEF에 쏠리고 있다"며 "국내 M&A 시장에서 대기업이 쏟아내는 구조조정 성격의 매물을 소화할 여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조 단위 PEF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대출을 활용하는 한편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공동 투자자금까지 추가 유치가 가능해 실제 기업 인수 가용자금은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PEF운용사 KKR, 칼라일그룹, 블랙스톤, 베인캐피털, TPG캐피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도 국내 기업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어 PEF 간 기업 인수전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에 근거를 두고 세금 역시 국내에 납부하는 조 단위 PEF가 늘어났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국내 단일 PEF 중 조 단위 펀드는 2016년까지 MBK파트너스 1·2·3·4호 펀드와 한앤컴퍼니 2호 펀드, IMM 로즈골드 3호 등 총 6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국내 PEF 운용사 저변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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