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부터 과학기술 출연연 블라인드 공동채용…기술유출 염려↑
입력 2019-12-11 16:25 
17개 정부 출연연이 내년부터 블라인드 공동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혀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진행한 공개 채용에서 중국인을 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인 가운데 내년부터 공동채용이 이뤄지는 1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모두가 블라인드 채용을 예고해 기술 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9년 정규직 지원 공개 채용에서 최종 선발한 100여명 중 한 명이 중국 국적자로 확인돼 합격을 보류했다고 11일 밝혔다. 공개 채용은 블라인드로 진행돼 얼굴사진, 성명, 출신지역 등을 알지 못하고 면접 과정에서 한국어가 워낙 유창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원자력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 1959년 개원한 원자력연구원 역사상 외국인이 직원으로 선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자력연구원 채용 규정엔 외국인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국가 예산으로 첨단 원자력 연구·개발(R&D) 등을 진행하는 만큼 안보와 직결된 분야의 외국인 참여는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선발된 중국인에 대한 범죄확인사실증명서를 중국 정부에 요청하는 한편, 외국 국적자를 연구직으로 채용할 경우 기밀 누출 우려는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중국인 채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IT 등 최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거된 전체 해외 기술유출 사건(70건) 중 65.7%인 42건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특히 유출된 기술은 정밀기계(16건), 정밀화학(14건), 전기전자(13건) 등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17개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신규인력을 내년부터 공동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응시자의 중복합격으로 인한 인력공백 발생을 방지하자는 것인데 선발 전 과정을 블라인드로 할 계획이어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무작정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문제 삼았다. 출연연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보안과 안전 등이 연관돼 기술 유출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지원자의 출신조차 파악할 수 없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kimd****)은 "아무리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하지만 국적까지 블라인드로 처리하는 건 기본이 없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pjyy****)도 "연구직을 블라인드로 채용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면서 "국가핵심기술을 연구하는 기밀시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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