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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 파이어볼러’ 조상우, 가을 영웅으로 부활했다 [2019년 그 사람]
입력 2019-12-11 08:56 
조상우의 2019년은 부활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2018년 야구계에서 추락한 인물을 꼽자면 조상우(25·키움 히어로즈)를 뺄 수 없다. 지난해 5월 인천 원정 중 포수 박동원(29)과 함께 성폭행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고, 조상우는 마운드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 1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회봉사시간 80시간 징계를 내렸다. 구단은 연봉의 반을 삭감했다.
징계와 별도로 조상우 몸상태는 관건으로 떠올랐다. 10개월 정도 공백을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조상우는 3월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체중 감량으로 슬림 해져 돌아와 150km대 후반의 강속구로 영웅 군단의 뒷문을 지켰다. 4월에는 최고구속 157km를 찍으며 언터처블 마무리로 우뚝섰다. 4월까지 조상우의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조상우는 마운드에서만 집중했다. 원래도 과묵한 스타일이지만, 복귀 후에는 언론 인터뷰를 고사했다. 때가 되면 입을 열겠다는 입장만 구단을 통해 전했다. 4월까지 12세이브를 적립한 제로맨 조상우의 완벽한 피칭은 5월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5월7일 LG트윈스전에서 시즌 첫 자책점 허용·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조상우는 다소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5월 한 달 동안 3패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10.29였다. 6월 들어서도 5월보다는 나아졌지만,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결국 6월10일 어깨 근육이 찢어졌다는 소견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회복까지는 4주 이상이 소요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조상우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그러나 7월 조상우는 건강히 돌아왔다. 보직도 마무리에서 중간으로 옮겼다. 8월과 9월에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키움은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다. 복귀 전처럼 불펜에서 믿을맨 역할을 해준 조상우의 역할이 힘이 됐다. 시즌 최종성적은 2승4패 20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2.66이었다.
조상우는 가을에 더욱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키움의 벌떼 야구에는 조상우가 핵심이었다. 올 시즌 머리카락을 정리하지 않아 가을 무렵 장발이 된 조상우는 5회든 9회든 가리지 않고, 위기 상황에 올라 위력적인 강속구를 뿌렸고,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비록 키움이 두산에 패퇴해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지만, 조상우는 가을에 가장 빛난 선수 중 하나였다. 굳게 닫혔던 입도 열렸다.
조상우는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해서도, 대표팀 뒷문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일본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한국 대표팀이지만, 조상우는 전세계 앞에 자신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치렁치렁한 장발투수가 위력적인 강속구를 뿌리는 장면은 위력적이었다. 2018년 추락했던 조상우는 그렇게 2019년 다시 부활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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