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모델링 늘린다더니…1년째 안전성 검토만
입력 2019-12-08 17:28  | 수정 2019-12-09 10:01
안전성 검토 때문에 1년째 리모델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분당 한솔마을5단지. [매경DB]
리모델링 활성화를 장려한다던 문재인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2차 안전성 검토에만 1년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서 주요 리모델링 단지들이 사업성 하락을 감수하며 사업 방식 변경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가 전면 재건축·재개발 대신 리모델링 활성화를 권장하면서도 주변 집값을 자극할까 우려해 실제 현장에선 여전히 원활한 공급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 중인 주요 단지들이 2차 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1년 이상 시간이 지연되면서 기존 계획했던 '수직증축'에서 '수평증축'으로 사업 방식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공공 지원사업하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분당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최대 3개 층을 증축해 가구 수를 15%가량 늘릴 예정이다. 조합들은 일단 기존 수직증축안을 1안으로 계속 추진하면서 사업이 더 지연되면 수평증축도 대안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분당의 한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정부에서 빨리 안전성 검토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줘야 하는데 시간만 끌고 있어 주민들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은 1차 안전진단 후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 다시 2차 안전진단을 받는 방식으로 총 네 차례의 안전 관련 심사를 받게 된다. 분당 주요 리모델링 단지들이 수평증축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중 세 번째 심사인 2차 안전성 검토 과정이 무려 1년 이상 지연되고 있어서다.
2차 안전성 검토는 사업계획인가를 받기 전 설계상 구조안전 적정성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한솔마을5단지와 무지개마을4단지 등은 지난해 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2차 안전성 검토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검토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검토가 시작되지 못한 것은 2차 안전성 검토 전에 선행돼야 하는 '공인기관의 기술 검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리모델링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신기술이나 신공법을 적용할 경우 2차 안전성 검토 전 공인기관으로부터 받은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검증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무려 네 차례에 이르는 안전성 심사 외에 별도 검증 항목이 또다시 추가된 셈이다.

국토부가 조합에 전달한 공인기관 리스트는 수십 곳에 달하지만 정작 이들 기관은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기존 일거리가 많다는 이유로 조합 요청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분당의 한 리모델링 조합은 리스트 중 한 기관을 어렵게 찾아내 검증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번엔 해당 단체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단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또다시 거절당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리모델링 추진단지 조합장 10여 명은 지난 4일 국토부를 방문해 별도 기관이 아닌 안전성 검토기관(건기연·한국시설안전공단)이 직접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검증을 진행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단지들은 모두 아파트에는 처음 적용된 '선재하 공법(보강된 기초에 먼저 하중이 가중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조합 의견을 검토하겠지만 공인기관의 기술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에는 단순히 안전 문제뿐 아니라 리모델링사업 진행 시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여기에 국토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단체인 건기연이 서로 인허가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손동우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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