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22일 뉴스초점-미혼부 울리는 황당한 법
입력 2019-11-22 20:08  | 수정 2019-11-22 20:44
5년 전, 8개월 된 딸 사랑이를 데리고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던 일명 유모차남. 기억하십니까. 동거녀가 아이를 낳고 사라져 혼자 아이를 키우고자 출생신고를 하려는데, 당시 법은 혼외자의 경우 친모만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 이를 개선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다행히 사회적 공론이 일어 이듬해 법이 개정됐고, 친부는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출생신고를 했지요.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모차남들'의 아우성은 여전합니다. 개정법에 명시된 단서조항이 문제가 된 건데, '생모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라는 조항에 대해 법원이, '생모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두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친부의 출생신고를 허가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생모의 주민번호나 주거지는 모를 수 있다 해도 동거에, 아이까지 낳은 상대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게 말이 될까요. 거기다 생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왜 모르는지, 생모가 떠날 때 붙잡지 못한 이유는 뭔지 등등 까다로운 근거를 다 제시해야 합니다.

때문에 유전자 검사서가 있다 해도 미혼부들의 출생신고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 그 아이들은 의료 혜택은 물론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세상에 있지만 없는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생모가 다른 남성과 부부관계에 있진 않은지, 그래서 아이가 그 남편의 자식으로도 이중 등록되는 건 아닌지 막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부모도, 아이도 아닌 행정 편의를 위한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이로 인한 피해는 모두 아이가 지게 되는 황당한 상황인데도 말이죠.

법은 국민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공무원은 자신들의 편의가 아닌 국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직업이라는 걸, 이들은 까맣게 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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