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덕에 반도체 `쾌청`…中탓에 철강 `흐림`
입력 2019-11-17 19:17  | 수정 2019-11-17 21:17
증권가가 내년 유망 업종으로 반도체·미디어 등을 꼽은 반면 화학·철강에 대해서는 부진을 예상했다.
17일 매일경제가 1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의뢰한 결과 11개사가 반도체 선전을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정보기술(IT) 업종 유망을 점친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모든 증권사가 반도체 업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셈이다.
반도체 업종 상승 모멘텀은 서버용 D램 수요 회복과 데이터 수요 확대, 5G 투자, 그리고 PC 교체 수요 등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IT 대기업의 서버 수요 확대로 서버용 D램 성장률 증가가 전망된다"며 "아울러 라이브 동영상 증가에 따른 데이터양 폭증도 반도체업계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5G도 반도체 업황에 호재다. IH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5G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대비 11%에서 6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G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6GB 이상 메모리 반도체 사용률은 내년 27%에서 2023년 47%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달 1일부터 5G 상용화를 시작한 중국이 주목되는 시장이다. 김병연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웨이 규제로 중국 정부는 화웨이 수출 부진을 내수로 전환했다"며 "5G 인프라 투자가 내년 본격화되면 2025년까지 최대 1조500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도 5G와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 관련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 업종도 내년이 기대된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e마케터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대비 OTT 구독 비율은 지난해 50%를 넘었으며 내년에는 56.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미디어산업은 구조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포노 사피엔스, OTT 전쟁, 한국 드라마 3번째 호황기'라는 3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에 대한 기대도 높다. 원동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를 예로 들며 "신규 광고 상품인 비즈보드 매출 성장 강화로 회사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등 수익모델 확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콘텐츠 사업 수직 계열화로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 간 시너지와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주도 주목된다. IHS에 따르면 한국 업체의 전 세계 OLED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특히 OLED는 LCD와 달리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높다. 아울러 5G와 폴더블폰 등 신규 수요 역시 존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13조원 규모 QD OLED 투자를 발표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파주공장에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대형 OLED 20조원, 중소형 10조원 등 총 30조원을 OLED에 투자했다.
반면 석유화학이나 정유는 전망이 어둡다. 내년 중동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확대로 장기적 석유 수요 감소 기조가 걱정거리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화학제품 수요 증가세가 둔해지고 지역별 투자로 인한 글로벌 설비능력 확대에 따라 공급이 늘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에탄·프로판(가스 기반)에 비해 석유 기반 화학제품의 원가경쟁력이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세계 철강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때문이다. 민사영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강 업황은 중국의 순수출에 따라 움직이는데 중국의 철강 수출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철강과 건설경기는 불가분의 관계라 중국 부동산 경기가 조금만 가라앉아도 철강은 중국 국내 대신 수출 물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험업 역시 저금리·저출산·당국 규제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추세여서 높은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한국도 저금리가 고착화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가 굳어진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보험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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