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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의 공습 ②] 대박보다는 꾸준한 수익…제로금리시대 GRID로 자산 지킨다
입력 2019-10-03 17:30  | 수정 2019-10-04 20:32
제로금리 시대 가계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는 인컴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글로벌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른바 GRID(글로벌·리츠·인컴·배당) 투자가 제로금리 시대 재테크 대안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예금은 이제 무수익 자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9월 2.06%였던 1년짜리 은행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달 1.61%로 줄어들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자산을 조금이라도 불리려면 배당수익률(주가 대 1주당 배당금)이 2.5%, 기존 리츠 배당수익률이 4~5%인 상황에서 보다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미 '인컴'은 올해 재테크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인컴이란 월급처럼 꾸준히 나오는 수익을 의미하는 말로, 인컴형 자산은 가격 변동성은 작은 대신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고성장 시대에는 자산가격 상승 속도가 커서 인컴형 자산은 매력이 없었지만 저성장이나 증시 변동성이 심한 요즘에는 각광을 받고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일본은 제로금리 시대 배당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추월했는데도 계속 예금 자산을 늘리는 우를 범했다"며 "채권, 고배당 주식, 리츠 등이 대표적 인컴자산인데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률(쿠폰금리)이 낮은 채권보다 배당주나 리츠가 낫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예상 배당수익률은 2.5%로 국고채 3년 금리에 비해 두 배가량이 된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나 주주친화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기업 실적은 올해보다 평균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성향 증가까지 감안하면 내년 배당수익률은 1%를 하회할 수 있는 예금금리보다 훨씬 높을 것이 확실시된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 매도로 코스피 전체가 침체 국면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혁신과 시장지배력을 지닌 기업은 오를 수 있다"며 "꾸준히 실적이 상승하는 기업의 배당을 기대하고 투자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강 회장은 "우선주는 배당수익률 측면에서 보통주보다 낫기 때문에 배당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에게 좋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리츠 역시 에이리츠, 케이탑리츠가 연 4%대 배당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이리츠코크렙도 5%대로 예금금리 대비 3배를 넘는다. 이달부터 나올 롯데리츠, NH리츠, 이지스리츠는 공모주 투자를 통해 연 6%대 배당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예금금리가 계속 0.1~0.4% 수준이었는데 이때 토픽스지수가 50% 상승했고 배당수익을 포함한 리츠는 300% 올랐다. 글로벌 투자도 성장동력이 정지된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에 따라 국외 투자 심리가 다소 주춤한 경향은 있지만 당분간 원화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환차익 측면에서도 큰 손실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고령화에 따른 저축 감소로 2030년부터 우리나라도 경상수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외국에서 나오는 배당이나 이자 같은 본원수지 흑자가 이를 보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제로금리 시대에는 성장하는 국가와 기업을 찾는 국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센터장은 "엔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 일본의 국외 자산 투자가 활발했다고 하나 절대 규모는 크지 않았고 국외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는 국내 금융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국외 투자를 할 때는 과거 일본 가계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식이나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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