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수 이바다 인터뷰] 판타지 세계로 초대하는 몽환적 음색
입력 2019-10-03 17:01  | 수정 2019-10-03 19:53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누플레이에서 만난 이바다가 곡 작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노래에도 소설과 영화처럼 판타지 갈래가 있다면 이바다(27)는 장르 대표 가수로 분류될 것이다.
흔히 몽환적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음색은 청자가 현실에서 벗어나 음악 세계로 온전히 빠져들게 한다. 가사엔 공감각적 심상을 부각해서 청각을 촉각으로 전이하고, 맛을 표현할 땐 시각적 요소를 섞는다.
이달 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소속사 누플레이에서 만난 이바다는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이 그 안에서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 특별해지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싱글 '유 갓 미(You Got Me)'로 데뷔한 이래 노래를 꾸준히 써왔다. 주로 소설과 영화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는다는 그는 드라마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제작에도 섭외 1순위다. '흑기사' '미스트리스' '붉은 달 푸른 해'를 비롯해 다양한 드라마 OST 작업에 참여했다. 노래를 스토리텔링의 일종으로 보는 그는 "보통 가창뿐 아니라 작사·작곡 의뢰까지 같이 들어오니깐 즐겁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였다. "내가 단소 시간에 지각했더니 선생님이 벌로 노래를 시키더라. 노래를 들은 뒤 선생님이 우리 엄마에게 '취미로 노래를 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사실 어렸을 땐 합창을 즐거워하진 않았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어쨌든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노래니깐 좋아지더라."
가수 이바다가 '스테이지앤플로'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 드림어스컴퍼니]
R&B(리듬앤드블루스) 위주로 부르는 그는 어쿠스틱 음악, 트랩, 왈츠와 메탈도 파도 같이 넘나든다. 어떤 장르 노래를 하든 '이바다 노래'임이 확실하게 새겨진다. 생목소리로 노래를 해도 기계음이 묻어나는 특색 있는 음성 때문이다. "나는 내 목소리를 좋아한다. 특성이 진해서 각 곡에 색깔을 입히기 쉽다."
최근엔 음악플랫폼 '플로'가 주최한 경연 대회 정상에 올랐다. 플로의 음악 창작자 지원 사업 '스테이지앤플로'는 경쟁 부문에서 1위를 한 예술가에게 음원 발매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우승을 통해 이바다는 유명 프로듀서 그루비룸의 지원을 받아 새 음원 'ㅎㅇ'을 낼 수 있었다. 이바다는 "SNS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무겁지 않게 얘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외향적인 사람처럼 비치지만 실제로는 자기 표현을 잘 못해서 노래한다고 털어놨다. "나이만 먹으면 호랑이처럼 당당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에 나가보니깐 나는 진짜 작은 존재더라. 그래서 초기곡 '춤추는 소녀'에는 할머니가 된 내가 지금의 나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를 썼다."
때로 후배가 음악적 조언을 구하러 찾아와도 무조건 '잘하고 있다'고만 격려한다. 삶을 배우고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낼 방법을 찾는 건 누가 가르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어깨에는 알파벳으로 '세상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여자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꽃이 되자'는 뜻의 타투를 새겼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노래를 할 거다. 레퍼런스가 있는 음악이 아니라 나만의 것."
[박창영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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