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한제 유예는 미봉책…시행땐 결국 부작용"
입력 2019-10-01 17:57  | 수정 2019-10-01 19:27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3㎡당 1억원 시세는 막겠다"며 공론화했던 분양가상한제가 결국 조만간 시행된다. 그러나 '아크로리버파크 3.3㎡당 1억원 실거래' 등 정부 엄포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시장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당초보다는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제외하고, 동(洞)별로 핀셋 지정을 하는 등 당초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안보다 시장 현실을 감안하는 쪽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정부 관계부처는 소위 '10·1 부동산 안정화 추가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분양가상한제 도입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규제 도입 △고가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관계기관 합동 조사 등이 담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편법 투기자금 엄단, 핵심지 공급 물량 확대'로 요약했다. 대부분 기존에 나온 규제들의 보완재 성격이라 부동산 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서울 핵심지 재건축·재개발 공급을 막겠다는 국토부의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공급 감소에 따른 불안감이 추격매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의 이번 규제가 개인사업자 위상을 활용하거나 전세자금을 빼내서 주택에 투자하는 일부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겠지만, 실수요 위주로 움직이는 이번 상승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되레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서 예외 사유를 두는 등 핵심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 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매매사업자에 대한 LTV 규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전세대출 규제는 예상보다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투자자를 규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강남3구 일대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다수 있는데 사실상 이들 단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제외시켜준 것이기 때문에 핵심지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이 공급 부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정부가 깨닫고 이에 따른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집값 상승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최근 강남4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요인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해 정부가 이를 해소하고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6개월 유예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므로 상한제의 부작용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송 부장은 "분양가상한제는 강남4구의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이므로 오히려 신규 아파트 수요 증가를 부추길 것"이라면서 "상한제 대신에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적용하는 심사 기준도 충분히 시장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관리처분인가 단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유예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권 교수는 "관리처분인가 단지까지 확대된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가장 반발이 컸지만 내년 4월까지 유예함으로써 당장의 공급 절벽을 막아줬다"며 "일반분양이 늘어나면 자연히 시장 집값 급등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내년 4월 이후 다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만큼 그사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 이대로 시장을 방치할 경우 내년 4월 이후 또다시 부동산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분양 가격 상승이 곧바로 시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것이 결국 현재의 규제 부작용을 만들었다"고 비판하면서 "일단 제도 시행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규제 지역의 분양 시장 과열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권 팀장은 "자금출처 소명이 가능한 자산 많은 현금부자들의 시장이 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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