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테마주 광풍의 끝은…최대주주 지분털기
입력 2019-10-01 17:34 
하반기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장사 최대 주주가 지분을 팔아 수십억 원대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보유 지분 매도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각종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한탕주의가 최대주주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테마주인 마니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12.64% 하락한 1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 마감 이후 이 회사 최대주주인 이지바이오가 지난달 26일부터 2거래일에 걸쳐 981만273주를 장내 매도했다는 공시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각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매도 규모만 137억원으로 이지바이오가 가진 마니커 지분은 기존 32.83%에서 26.64%로 급감했다.
앞서 다른 돼지열병 테마주에서도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사례가 연이어 목격됐다. 동물의약품 업체 이글벳은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강태성 사장이 회사 주식 30만주를 장내 매도 했고, 강 사장 부친 강승조 회장과 그의 부인 김영자 감사도 15만주씩 팔았다. 강 사장 일가가 현금화한 금액은 63억6000만원이다. 구제역 방역 특허를 보유한 체시스 역시 돼지열병 테마주에 묶여 주가가 오르자 대량 주식 매도가 나왔다. 최대주주 이명곤 회장 아들인 이준성 씨는 보유 지분 전량 55만주를 장내 매도했는데, 매도일인 지난달 19일 종가 기준으로 추정한 매도액은 18억원에 달한다. 방역에 사용되는 석회를 생산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백광소재 역시 대주주인 태경산업이 144억원 규모 지분을 장내 매도했다.
통상 회사의 자사주 처분이나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시장에서 주가의 고점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와 최대주주로서는 가장 높은 가격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를 처분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언제 주식을 매도할지 알 수 없는 탓에 가만히 앉아 악재를 맞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 마니커 외에도 백광소재(-26.9%) 이글벳(-15.7%) 등은 공시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체시스 역시 주가가 4% 이상 하락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한일 경제갈등 수혜주로 꼽혔던 모나미와 후성 역시 자사주 처분과 경영진의 주식 매도가 공시된 다음날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정보를 사후에 확인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 입장을 고려하면 당연히 정보 비대칭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각종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한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요 테마주들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막연한 반사이익에 따른 기대감에 주가가 출렁이는 사례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돼지열병 테마주로 부상한 종목 중 상당수는 실적 악화에 직면한 상태다. 체시스는 3년 연속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이글벳은 최근 3개년간 영업이익이 11억~27억원이다.
증권사 스몰캡 연구원은 "테마주로 묶이는 대부분 종목은 증권사 커버리지(분석 대상) 종목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호재가 있더라도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대주주가 주가 급등 시기에 주식을 매도해 자기 주머니를 챙긴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투자자 스스로도 '묻지마 테마주 투자'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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