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중취재] 은행 횡포 심각…"공장 팔아 빚 갚아라"
입력 2008-12-04 05:09  | 수정 2008-12-04 09:29
【 앵커멘트 】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금융권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정은 변한 게 없습니다.
은행의 철저한 빚 독촉에 벼랑 끝까지 몰린 실상을 강태화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세계 특허만 7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구은행에서 저금리 중소기업청 특별자금 16억 원을 끌어왔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16억 보증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폭설로 자금을 받지 못하면서 만기가 돌아온 1억 9천만 원의 어음을 갚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믿었던 은행부터 등을 돌렸습니다.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은행이 회사예금 3억 원까지 질권을 설정해 인출을 막았습니다.

결국, 통장에 있는 돈에는 손도 못 대고 부도를 냈습니다.

은행은 당장 공장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 인터뷰 : 대구은행 관계자
- "(차라리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돈이 없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업체인데…. 기업은 된다고 해도 보장이 어딨나요? 솔직히…."

하지만, 회계법인의 평가는 다릅니다.

일시적인 자금난이 풀리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는 결론.

은행의 횡포에 자금줄이 막힌 업체는, 수출 주문까지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이상무 / 석천오토모티브 대표
- "금융 제재 때문에 자체 자금으로만 운용하니까 75%는 일본이나 독일 업체로 뺏기게 되고, 지금은 25%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기존의 4.5% 금리에 3%를 얹어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은행의 요구는 대부업체 금리에 육박하는 연 19%, 그것도 일시금입니다.

처음부터 기업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1,500명이 당장 길거리에 나 앉게 생겼습니다.

▶ 인터뷰 : 김갑수 / 협력사 대표
- "은행만 살겠다는 말이죠. 협력업체는 모기업이 살아야 살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기업을 살리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은행이 담보를 내세워서 대출을 회수하면 기업은 죽으라는 겁니다."

연일 수위를 높이는 대통령의 말도, 지방은행까지 현장점검을 끝냈다는 정부 발표도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얘깁니다.

▶ 인터뷰 : 이상무 / 석천오토모티브 대표
- "고통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원금 상환이라도 미뤄주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이든 금융이든 정부든 그야말로 손 꽉 잡고 어금니 물지 않으면 살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 스탠딩 : 강태화 / 기자
-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정부 대책과 대통령 말도 무시하는 일선 금융기관 앞에 중소기업들은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습니다. mbn뉴스 강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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