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케이컬처 DNA] 네이버웹툰, 연간 15억원 들여 공모전 여는 이유는?
입력 2019-09-11 16:20  | 수정 2019-09-11 17:08
지상최대공모전 1기에서 대상을 차지한 심웅섭 작가의 `저승사자 출입금지`. 스스로도 몰랐던 신비한 힘으로 저승사자를 부활시킨 주인공과 그녀를 통해 되살아난 저승사자가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장르물이다. /사진제공=네이버웹툰
[케이컬처 DNA] 네이버웹툰은 올해 공모전에 15억원을 쏟아부었다. '지상최대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공모전은 네이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웹툰 부문에서 대상 1억원 규모로 3회를 개최했고, 웹소설 부문에서도 대상 수상자에게 1억원을 수여하는 공모전을 총 4회 진행했다. 우수상을 받은 사람에게도 수천만 원이 수여되니 웬만한 기성 문학상 뺨치는 공모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네이버웹툰은 영업손실이 2017년 380억원에서 지난해 541억원으로 늘 정도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공모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웹툰·웹소설 전성시대
출판시장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웹툰과 웹소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약 100억원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7년 2700억원으로 커졌으며,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 연간 1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웹소설 작가도 전체 8.2%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출판 산업 상장사 매출이 2018년 상반기 1조25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세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80% 넘게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이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대세가 된 시대에도 여전히 텍스트를 소비하는 수요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종이책으로는 독서를 하지 않던 사람들도 자신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으로는 전자책(e-book)을 읽게 되면서 이전보다 오히려 독서 인구가 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웹툰은 서비스 기업마다 자신의 특장점을 강화하며 경쟁업체에 대항하고 있으며, 웹소설은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와 같은 기존 강자뿐만 아니라 조아라, 문피아 등 신흥 플랫폼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지상최대공모전 2기 대상 `집사레인져`. 평범한 여고생이 고양이에게 변신 시계를 받고 고양이 수트를 입은 집사레인져로 변신해 고대병기 롱캣에 맞서며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제공=네이버웹툰

◆공모전 개최의 속내
여러 플랫폼에서 거액을 투자해 웹툰·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는 이유는 이러한 시장 수요 급증에 있다. 될성부른 이야기꾼을 타 서비스보다 빠르게 모아 각종 장르별 수요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최근 자사 운영 웹소설 서비스 '블라이스'를 통해 총상금 3억원 규모의 웹소설 공모전을 열었으며 현재 1차 심사가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출판사 창비와 함께 '영 어덜트(Young Adult)' 장르문학 공모전을 펼친다고 공고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응모를 받는다. 문피아는 올해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전'에 7억원을 투입했다.
이들 플랫폼이 원작에 대한 수요만 보고 이토록 많은 상금을 내거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영화 등으로 추후 영상화되며 부가가치가 수십 배 커지는 상황까지 내다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애초 시각화된 매체인 웹툰뿐만 아니라 웹소설 역시 눈으로 보는 듯한 생생한 문장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영상화가 쉽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웹툰, 웹소설 스타작가들과 손을 잡고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천계영 작가의 인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돼 지난달부터 서비스 중이다. 웹소설 '김비서가 왜그럴까'는 웹툰으로 리메이크된 후 tvN 드라마 방영까지 성공하며 OSMU(원소스멀티유즈)의 모범 사례로 남았다. 이 밖에도 최근 종영한 KBS2 '저스티스', 드라마 제작 중인 로즈빈의 '완벽한 쇼윈도' 등이 웹소설에서 출발한 리메이크작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출판사 창비와 함께 `영 어덜트`(Young Adult)` 장르문학 공모전을 개최해 11일부터 응모작을 받고 있다. 영 어덜트 소설이란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 등 주인공의 고난이나 시련, 모험, 사랑 등 성장을 그린 소설을 의미한다. 대상과 우수상 상금은 각각 1000만원, 500만원이다. /사진=카카오페이지

◆웹툰·웹소설 작가, 도전해봐도 괜찮을까
한동안 웹툰, 웹소설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휴대폰이 곧 책인 시대다. 웹툰이나 웹소설이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인구가 곧 100%가 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웹소설 작가들이 문단을 주도하는 날도 머지않을 것이고, 스타작가들이 문화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웹소설 공모전에 도전하는 소설가 지망생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김 비서가 왜 그럴까'를 쓴 정경윤 작가에게 물어봤다. 그는 "공모전에 내기 위해서 너무 조급하게 쓰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게 습작하면 좋겠다"며 "유행을 따르더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토리와 구조, 탄탄한 개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며 "독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웹소설의 경우 가독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정경윤 작가. `김비서`는 소설에서 출발해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되며 OSMU의 모범 사례로 남았다. /사진=양유창 기자

웹툰으로 리메이크된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사진=카카오페이지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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