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이브더칠드런 "분쟁지역 아동 2400만명 심리적 지원 시급…유엔총회 결단 내려야"
입력 2019-09-11 13:55 

분쟁 지역 내에 거주 또는 가까스로 해당 지역을 탈출한 난민 아동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내주 개최되는 유엔 총회를 앞두고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11일 보고서 '회복으로의 길: 분쟁 속 아동의 정신 건강을 말하다'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1억 4200만명의 아동이 분쟁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매년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고 있다.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심리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약 5% 가량은 심각한 정신 질환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이 추정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아동은 심리적 위기 징후를 보인다. 또래 친구나 가족들 사이에서 공격성을 띄거나 반대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멘의 하자(Hajjah)지역에 거주하는 파티마(가명·12)는 공습으로 부모와 다섯 남매를 잃었다. 집 안에 있을 때 당한 공격이었다. 파티마 역시 다리 한쪽을 심하게 다쳤고 파편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파티마는 "흙더미에 파묻혀서 정신을 잃었다"며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살점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파티마의 이모는 "밤중에 자다 깨어 무의식중에 말을 한다"며 "아이들이 무척 예민하다. 화를 내거나 자기도 모르게 울 때도 있다"고 세이브더칠드런에 전했다.
이 같은 암담한 현실에다 분쟁지역 아동을 위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이 충분치 않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7년까지의 공적개발원조금(ODA) 중 아동 심리 지원 프로그램에 할당된 예산은 0.14%에 불과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글로벌 옹호 커뮤니케이션 총괄 담당인 키티 애리는 "분쟁 지역 아이들은 가족과 친구들이 사망하고, 학교와 집이 폭격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필수품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보호자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 문제와 고통은 극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모든 국가와 분쟁 당사자들은 아이들을 위험에서 지키고자 제정한 국제규범과 기준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분쟁 지역 아이들의 회복을 위한 지원금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쟁지역의 아동이 처한 광범위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Stop the War on Children)'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후원금도 모금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분쟁지역 아동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지원할 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전문 자격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 캠페인을 통해 안전한 학교 선언과 함께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발 무기 사용 중단을 촉구하고 아동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의 책임을 추궁하는 등 전쟁의 공포에서 아이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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