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슈퍼 매파` 볼턴 전격 경질
입력 2019-09-11 08:18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볼턴은 10일 전격 경질됐다. [로이터 = 연합뉴스]

네오콘의 후계자이자 '슈퍼 매파'로 불렸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어젯밤 존 볼턴에게 그의 봉직이 백악관에서 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에 사직서를 받았다"며 "다음 주에 새 국가안보보좌관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3월 임명돼 지난 17개월간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전반을 입안해왔다. 취임 후 1년 여 동안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백악관 국가안보실(NSC)을 장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그러나 그가 주도했던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책이 먹히지 않으면서 지난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수차례 흘러나왔다.

이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테러리즘 대책과 관련된 언론 브리핑에 참석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경질은 전날 밤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에 대해 "내가 지난밤에 사임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발언권을 가질 것이며 내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안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자신이 경질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러났다는 주장인 셈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탈레반, 이란과의 협상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볼턴 전 보좌관은 탈레반 지도자들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해 협정 체결을 논의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탈레반과 협상을 결렬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두 사람간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볼턴 전 보좌관은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뛰어난 본능을 갖고 있다"며 "그와 관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고 옹호했다. 볼턴 전 보좌관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나와 볼턴은 여러 지점에서 관점을 달리 했다"고 했다. 반면 밋 롬니 상원의원은 "백악관과 미국에 특별한 손실"이라며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국가안보보좌관은 벌써 세번째 경질이다. 마이클 플린이 대선 스캔들에 연루돼 취임 24일 만에 내려왔고, 허버트 맥마스터도 1년여 만에 물러났다. NBC뉴스는 이날 찰스 쿠퍼만 NSC 부보좌관이 일단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임 물망에는 더글라스 맥그리거 전 미국 육군 대령,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리키 와델 전 NSC 부보좌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아직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의사결정을 제어해온 볼턴 전 보좌관이 물러나면서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은 외교안보 정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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