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희대의 마약왕` 구스만의 15조원 재산 어디로…美-멕시코 공방
입력 2019-09-06 15:54 
암로(AMLO)멕시코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AFP = 연합뉴스]

'엘 차포(El Chapo)'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 두목 호아킨 구스만의 127억 달러(15조 2000억 여원) 재산을 두고 멕시코와 미국 정부 간 공방전이 예고됐다. 이 문제는 두 나라 간 '마약범죄자 신병인도 협정'에 따라 미국에서 검찰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구스만이 멕시코로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승부수를 띄우는 도중에 불거졌다.
5일(현지 시간) 멕시코 신문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구스만의 수석 변호사가 전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 차포 돈은 미국이 아닌 멕시코의 것이며, 그는 자신의 재산이 멕시코 원주민 사회에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5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일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구스만 측 의사는 좋은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압수된 멕시코 범죄인들의 재산을 멕시코로 환수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사법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암로 대통령은 이른바 '로빈 후드 재단'을 만들어서 부패한 정치인과 마약상 등 범죄자들의 재산을 몰수해 가난에 시달리는 원주민을 위해 쓰겠다고공언 후 이를 시행 중이다.
구스만 재산 몰수 문제는 가뜩이나 국경장벽 비용에 신경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로이터통신은 마약 밀매를 빌미로 멕시코 무역 이슈까지 들먹인 트럼프 대통령이 눈썹을 치켜뜰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미국·멕시코 접경지를 통해 미국 이주를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주민 무리)과 멕시코인을 '마약상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접경지에 국경장벽을 쌓으려고 했지만 의회가 예산을 내주지 않자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고 국방부 예산을 36억 달러전용해 장벽 건설비를 대기로 했다.
이에 비하면 추징될 구스만의 재산은 127억 달러에 달한다. 앞서 7월 미국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구스만에 대해 마약밀매와 살인교사 등을 이유로 재산 추징명령과 더불어 '종신형+3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가운데)이 2017년 1월 19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호송되는 모습. [AFP = 연합뉴스]
구스만은 추징 명령을 사법 관할권 이슈로 만들었다. 마약 카르텔 본거지가 있는 고국 멕시코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그는 재산 환원 의사를 밝히면서 멕시코 시민과 정부의 마음을 사는 동시에 미국을 문제삼았다. 5일 구스만의 어머니 콘수엘로 로에라는 변호인단을 통해 "아들은 멕시코로 돌아오길 원한다"면서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들이 미국 감옥에 있는 그를 면회하려고 비자를 요청했는데 미국 정부가 전부 거부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뿐 아니라 콜롬비아 등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에서는 마약 카르텔 두목들이 종종 자신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마약 밀매로 번 돈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시날로아 마약상 헤수스 말베르데, 콜롬비아에서는 메데인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유명하다. 일종의 '나르코스 포퓰리즘'(Narcos populism)으로 볼 수 있는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살인과 협박을 일삼는 마약 카르텔 두목이 경찰 등 정부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매수하기 위해 자신도 가난한 서민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돈을 뿌리는 식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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