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3일 DLF검사…노년층 불완전판매 우선점검
입력 2019-08-22 22:36 
피해자 3600여 명을 양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에 가입한 개인투자자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설계·제조·판매 등 전 과정에 대한 합동검사에 23일 착수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은 소비자들 평균 예상 손실률이 95%에 달한다.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금감원이 23일부터 설계·판매 금융사 등을 전부 검사할 계획"이라며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금융사에 책임을 묻고 피해자 구제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는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금융투자검사국, 자산운용검사국이 합동으로 실시한다. 투입 인원은 10~12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의 초점은 '불완전 판매'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은행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연계 DLF와 하나은행 DLF 개인투자자 2108명 가운데 768명(36.4%)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조사됐다. 특히 하나은행의 DLF 개인투자자 540명 중 156명(40%)이 65세 이상 투자자다. 우리은행은 605명 가운데 156명(26%)이다.
2016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원유·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에 대해 금융사 책임을 30%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미래에셋대우증권(옛 대우증권)은 80대 고객에게 DLS를 판매했고, 분조위는 고령 투자자에게 위험성 높은 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아 설명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DLF 같은 고위험 펀드에 가입해 보지 않았던 '안정적 수익 추구' 고객에게도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의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독일 금리 연계 DLF 가입 투자자(개인투자자+기관투자가) 가운데 16%(97명)는 펀드 가입 경험이 전혀 없었다. 하나은행을 통해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왑(CMS) 금리 연계 DLF에 투자한 고객 1546명 가운데 208명(18.1%)도 유사 펀드에 가입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DLF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전체의 63%(979명)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상품은 '매우 높은 위험(1등급)'으로 분류된다. 금융사는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재산 상황 등을 기초로 투자자 성향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준칙에 따르면 DLF와 같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은 '공격투자형' 투자자에게만 권유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안전자산에만 투자했는데 '손실이 없다'는 은행 측 설명으로 DLF에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금융사들이 고위험 상품을 전략적으로 팔았는지,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100% 손실'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검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분조위를 열어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가 금융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고객 신뢰를 흔드는 것이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2019년 국정감사 기간에 DLF·DLS 사태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금융사 수장들의 국정감사 줄소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 의원은 기자에게 "해당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당연히 출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 의원은 "프라이빗뱅커(PB)들이 4월에 위험성을 호소했는데 경영진이 묵살한 것 아닌가"라며 "총체적인 문제고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붕괴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인 간 거래(P2P) 대출을 법제화해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인정하는 '온라인투자 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김강래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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