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주식, 직구 늘어나는데 펀드는 외면
입력 2019-08-19 17:38  | 수정 2019-08-19 22:06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 규모는 연초 이후 2조3000억원가량 줄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특정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해외 주식형펀드 776개의 설정액 규모는 20조83억원이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2조3444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도 설정액이 3443억원 줄어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51%이며, 최근 1개월 기준으로는 -3.39%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북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까지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북미 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설정액이 1932억원 줄었다.
심지어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그나마 자금이 유입되던 베트남 펀드에서도 최근 설정액이 감소했다. 베트남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설정액은 1224억원 증가했지만, 최근 1개월 사이에는 224억원 줄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형펀드는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펀드 규모가 큰 편"이라며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선진국 채권이나 개별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렸을 수도 있고, 중국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누적돼 왔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연초 이후 7255억원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주식 직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외화증권예탁 결제금액 규모는 매수 기준 2017년 120억8086만달러에서 2018년 170억7036만달러로 증가했다. 올해는 16일 기준 133억7931만달러였다.
주로 나스닥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던 해외 주식 직구족은 최근 ETF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해외 주식 거래 규모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ETF다. 그전까지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미국 기술주가 주로 차지했던 매수 상위 자리를 채권 ETF가 차지한 것이다.
1위는 아마존이었지만 2위는 중국 CSI300지수 ETF였다. 중국 CSI300지수 ETF의 거래대금 규모는 5억8757만달러(약 7117억1950만원)이며, 4위는 블랙록자산운용의 아이셰어즈 투자등급 회사채 ETF였다. 이어 6위에는 아이셰어즈 달러표시 이머징마켓채권 ETF가 차지했다. 글로벌X 클라우드 ETF는 8위, 아이셰어즈 차이나 라지캡 ETF는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은영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 WM 프라이빗뱅커(PB) 상무는 "예전에는 해외 주식형펀드가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주된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해외 주식 직구가 가능하고 ETF로 대체하는 사례가 많아져 해외 주식에 분산 투자할 때는 펀드보다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상무는 "펀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라 세금 부담이 있는데 해외 주식이나 해외에 상장된 ETF는 매매 차익이 양도소득세로 적용되기 때문에 절세가 필요한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편"이라며 "환매에 시간이 걸리는 펀드와 달리 매매가 편리하고, 어떤 종목이 들어 있는지 공개되기 때문에 투자도 편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물론 패시브 시장이 성장하면서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해외 주식 직구로 일부 자금이 움직인 것도 있겠지만, 해외 ETF가 해외 주식형펀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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