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가상한제, 집값 단기약발…공급줄어 되레 집값 자극"
입력 2019-08-12 17:54  | 수정 2019-08-12 20:19
◆ 민간 분양가상한제 강행 ◆
"언발에 오줌 누기처럼 당장 몇 개월 동안 집값이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후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정부의 8·12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안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2~3년 후가 더 걱정되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매수심리 위축,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 집값 단기적 하락이라는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축소로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기존 아파트 가격만 올리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현재 서울에선 381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중 관리처분인가와 착공까지 간 151개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200개 넘는 단지들은 재건축을 잠정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상한제에도 불구하고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몇몇 단지도 설계 변경을 통해 일반분양 가구 수 축소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매일경제가 이날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백준 J&K도시정비 대표,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에게 분양가상한제 규제 효과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이구동성으로 "단기적으론 집값 상승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부작용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당장 집값이 널뛰듯 오르는 것을 억누를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떨어뜨릴 여지도 없다"며 "분양가상한제 영향은 내년 봄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재건축 가격은 떨어질 수 있지만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역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 역시 "이번 대책이 현재 서울 집값을 끌어내릴 정도의 효과는 아니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버는 정도일 것"이라며 "강력해 보이는 규제책 대비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풍선효과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많았다. 백준 대표는 "상당수 재건축 단지가 사업을 보류하거나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이 기조가 계속된다면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찾기 어려워지고 공급 불균형 문제가 도드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건축 이해당사자인 조합, 시공사 등도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당장 151개단지 13만가구가 분양가상한제 사정권에 들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각 조합과 건설사들도 바쁘게 계산에 들어갔다"며 "조합은 새로 계산해 수익이 얼마나 날지 따져볼 수밖에 없고 시공사 역시 이러한 조합과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하느라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다는 것 역시 문제다. 함 랩장은 "사실상 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속전속결로 선분양을 하는 게 나을 수 있지만 재건축 프로세스상 그 역시 불가능해 결국 규제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며 "1대1 재건축, 임대 후 분양 등 다양한 카드를 고려하겠지만 이번 규제 성격상 빠져나갈 구멍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미 '새 아파트' 지위를 누리는 기존 주택시장이 분양가상한제의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 교수는 "결국 신축 아파트로 몰릴 수밖에 없다. 새 아파트 대세론은 당분간도 유효할 것"이라고 봤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최근 미국발 금리 인하에 맞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부동산시장 수요만 억누르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컸다. 두 연구위원은 "현재 글로벌 무역전쟁 등으로 불안 요소가 많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도 대외 변수로 흔들릴 위험이 높다"며 "전반적 경기 침체가 함께 오면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 불확실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전매 제한 10년 확대, 의무거주 기간 연장 등 거주 요건 강화에 대해선 전문가들 해석이 갈렸다. 강력한 실거주 유도 효과로 투기 세력 유입 방지란 정책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 반면 거주 기간 확대로 인한 시장 거래 비활성화가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권 교수는 "전매 제한 기간 확대는 투기 세력 퇴출이라는 목적 때문에 예상보다 강한 수준으로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거주자 중심으로 주택시장 수요를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목적성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수분양자가 입주 때 팔거나 2년 거주 후 팔아 양도 차익을 내는 것을 원천 봉쇄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시장에 나오는 신규 주택 거래 매물이 줄어드는 반작용이 생긴다"며 "물량 잠금 현상이 강해지면 자칫 전세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집값 상승이 유도될 확률이 높다"고 반박했다. 한 전문가는 대출을 막아놓은 현 상황에서 결국 '로또 아파트'는 현금 부자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금 부자들에게 축제를 더 크게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분양 자체를 미루려는 조합 측과 분양가상한제 혜택을 누리려는 수요자층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분위기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매 제한 기간과 무관한 실수요자층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이고,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는 어떻게든 분양을 미루려 할 것"이라며 "통장을 아껴둔 고가점 보유자들이 앞으로 나올 주요 청약 단지에 더욱 집중적으로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연구위원은 "청약 대기자들은 계속 올라갈 신규 주택은 손대지 못하고 청약시장만 바라보다 주택 마련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결국 이러한 분양가상한제가 수요자들의 희망 고문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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