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신평 "日 규제 장기화 업체별 신용도 차별화"
입력 2019-08-12 15:34 

한국신용평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간 이뤄지는 것을 가정할 경우 대일의존도, 기술·공정상 중요성, 대체가능성 및 비용, 공급처 다변화 능력 등에 따라 업체별 신용도 영향은 차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9일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주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업체에 미치는 영향' 리포트를 통해 "일본 수출 규제가 실질적인 형태로 장기간 이뤄질 경우 핵심 소재 및 장비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업체의 영업 및 재무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국내 주요 업체로는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반도체 업체에 영향을 끼칠 수출 규제 가능 품목으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실리콘웨이퍼, 블랭크마스크 등을 꼽았다. 디스플레이 업체에 영향을 끼칠 품목으로는 폴리이미드(PI), 섀도마스크, 블루 유기발광소재 등이 꼽혔고 2차전지 업체에는 분리막, 알루미늄 파우치 등이 영향을 끼칠 품목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업체 대표주자인 SK하이닉스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발효된 포토레지스트 규제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으나 장기화되면 공정미세화 연구개발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칭가스는 현재 주력 공정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이 실질적으로 제한되면 거래선 대체가 불가피하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면 중단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일본 입장에서도 대형 고객사를 상실하면 매출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어 관련 소재·장비 공급이 전면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우 반도체 업계보다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로 글로벌 공급 체인의 핵심인 반면 디스플레이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이 34%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며 "사업경쟁력 유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OLED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공급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주요 소재와 장비 조달에 차질이 현실화되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부문 수익성이 약화되면서 OLED로 사업 전환을 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재무 안정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일본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차 전지 분야의 경우 국내 주요 업체들이 일본 수출 규제로부터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삼성SDI에 대해 "소형 전지에 대한 일본산 소재 사용 비중이 크지 않아 원재료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LG화학에 대해서도 한국신용평가는 "화이트리스트와 상관없이 해외공장의 생산능력 비중(약 85%)과 국내 공장에서 사용하는 일본산 소재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상위권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국내 2차 전지 업체의 납품 지연에 따른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국내 2차 전지 업체들이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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