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페로브스카이트로 빛 손실 적은 `핫전자 태양전지` 효율 12배 높였다
입력 2019-08-12 14:44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성균관대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고효율 핫전자 태양전지. 핫전자는 물질이 빛에너지를 흡수했을 때 표면에 생성되는 고에너지 전자다. 핫전자 태양전지는 빛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제공 = 기초과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빛에너지를 흡수했을 때 생성돼 흩어지는 고에너지 전자인 '핫전자'를 잡아 전기에너지로 바꿔 주는 핫전자 태양전지의 효율을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활용해 기존 대비 12배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태양전지로 기대를 모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의 박정영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과 이효철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핫전자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핫전자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7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핫전자 태양전지는 물질이 빛에너지를 흡수했을 때 표면에 생성되는 고에너지의 핫전자를 포집해 전류를 생성하는 태양전지로 흡수한 빛에너지가 상당량 손실되는 기존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핫전자가 수 ㎰(피코 초?1㎰는 1조분의 1초) 만에 소멸하고, 확산거리가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해 포집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핫전자 태양전지에 적용했고, 그 결과 광전류를 기존보다 12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AMX3(A는 양이온·M은 금속 양이온·X는 음이온)형 큐빅 구조를 갖는 물질로 우수한 광흡수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가진 물질에서 발생한 핫전자는 다른 물질에 비해 긴 수명과 확산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 금 나노 구조체만 단독으로 있을 때 핫전자는 발생 2.87㎰ 만에 사라진 반면 페로브스카이트와 결합한 경우엔 약 22배 긴 62.38㎰가량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박유진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광전류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빛에서 전류로 잘 전환이 된다는 뜻"이라며 "실제 태양전지의 효율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모든 조건이 동일한다면 광전류가 12배로 늘어날 경우 핫전자 태양전지의 효율도 12배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나노 구조체가 빛을 흡수할 때 전자들이 집단적으로 강하게 진동하는 현상인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명'으로 태양전지의 효율이 향상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빛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핫전자 태양전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광전 효율이 최고 24.23%(한국화학연구원, 2019년 4월 기록)에 육박해 실리콘 태양전지에 준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핫전자 태양전지는 효율이 수%에 불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박 부연구단장은 "향후 핫전자의 소멸, 포집 시간을 조절해 같은 양의 빛을 받아도 더 많은 전류를 발생시키는 초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핫전자 태양전지를 개발해나갈 계획"이라며 "핫전자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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