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승객 태운 채 사망까지…주 52시간에도 '살인적 근무' 그대로
입력 2019-08-08 19:30  | 수정 2019-08-08 21:00
【 앵커멘트 】
승객을 태우고 17시간째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 기사가 뇌출혈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부터 버스에도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과도한 하루 운전시간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고 합니다.
손하늘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 기자 】
버스기사 김 씨가 버스 내부와 바퀴를 점검하고 첫차 운행에 나선 건 새벽 4시 40분이었습니다.

김 씨는 3시간여동안 정류장 137곳에 걸쳐 노선을 왕복한 뒤, 짧은 휴식 뒤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 인터뷰 : A 버스회사 기사
- "못 쉬고 나갈 때도 있고, (휴식은) 15분에서 30분 사이…."

이렇게 노선 왕복을 5차례, 김 씨가 쓰러진 건 첫차를 운행한 지 17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 스탠딩 : 손하늘 / 기자
-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기사 김 씨는 얼마 가지 않은 삼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승객이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버스기사 김 씨는 뇌출혈로 끝내 숨졌습니다.


▶ 인터뷰 : A 버스회사 기사
- "건강하셨어요. 과로하고 몸이 지쳐있었을 거예요."

운전기사의 과로를 막겠다며 지난달 버스에도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한주간 총 운전시간만 맞췄을 뿐 하루 18시간에 달하는 과도한 연속운전은 그대로인 겁니다.

▶ 인터뷰(☎) : A 버스회사 관계자
-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심지어 한번 왕복에 4~5시간이 걸리는 버스 노선도 있습니다.

서로 졸지 말라는 말이 안부 인사가 될 정도입니다.

▶ 인터뷰 : B 버스회사 기사
- "고생하시라고. 졸지 마시고. 네."

사정이 이렇지만 승객 불편 때문에 버스 운행 시간을 줄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경기도청 관계자
- "그만큼 차를 감차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용자들한테 불편은 불편대로 가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서…."

안전을 위해 버스에도 도입된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버스기사들의 무리한 운행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 sonar@mbn.co.kr ]

영상취재: 문진웅·박준영 기자
영상편집: 오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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