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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주간윤이모` 윤성현 PD "라디오 감성 유튜브로 옮겨보니…"
입력 2019-08-08 16:47  | 수정 2019-08-08 16:5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윤이모 윤성현 PD는 곰PD 이충언 PD와 더불어 주간윤이모를 만들고 있는 제작자 중 한 명이자, 프로그램의 얼굴이다.
2007년 KBS 공채 라디오 PD로 입사한 그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 볼륨을 높여요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연출자이자, 심야식당을 직접 진행하기도 한 DJ 유경험자다. 무수한 DJ와 함께 해 온 세월의 짬밥뿐 아니라 실제 경험이 있기에 주간윤이모에서도 특유의 개성 강한 진행으로 구독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주간윤이모라는 채널명이 탄생하게 된 데는 윤PD의 스타성(!)이 큰 몫을 했다. "윤성현 PD를 좋아하는 라디오 청취자들이 많아요. 라디오 게시판에 가면 윤이모 선곡 그립다는 말이 여전히 많죠. 윤성현 PD가 가진 DJ로서의 스타성을 다시 발현하고 싶었고, 주간이라고 붙인 것은 일주일에 하나는 꼭 만들자는 우리만의 약속 개념이었죠."(이충언 PD)
이에 대해 윤성현 PD는 "한 때 잘 나갔던 과거의 스타PD로서 스타성이라 표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면서도 "개인적으로 윤이모라는 애칭에 애정을 갖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윤이모라는 애칭은 몇 년 전 심야식당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애청자들이 지어주신 별명이에요. 식당이니까 윤이모라고 해주셨는데, 여전히 나를 그렇게 불러주시는 윤이모 마니아들이 계시고, 유튜브에서 시작하지만 라디오 어법이라던가 내 취향, 자세가 갑자기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윤성현 PD는 "사실 윤이모라는 타이틀 내놓는 게 민망한 일이다. 스스로 윤이모라 지칭해본 적도 없지만 그 애칭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있고, 여기서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야 시간대 잠 못 자고 뭔가 해야 하는 분들과 불나방처럼 불태웠던, 그분들 잘 살고 있나요? 이제 유튜브에서 하니까 더 신나게 불태우며 살아봐요-라는, 선언이라면 거창하지만, 인사랄까"라고 덧붙였다.
채널 특성상 시각보다 청각으로 소통하던 예전과 달리 유튜브로 채널을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나서게 된 데 대해서도 윤성현 PD는 솔직했다. "지금은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되는 시대인데, 얼굴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과,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해? 의문을 갖는 사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거기서 유튜브를 하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것 같은데, 누군가는 관종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건 개인이 감수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반면, 얼굴이 드러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저는, 납득했죠. 이젠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됐거든요. 저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뭔가 보이지 않고 청자의 상상에 맡기는 게 더 안심되고 안락하고 편안한 것이지만, 그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대가 바뀌었죠."
어느새 론칭한 지 반 년을 훌쩍 넘긴 주간윤이모. 플랫폼은 달라졌지만 매 주 더 가까이 청취자를 만나고 있는 느낌은 어떨까.
"하는 입장에선 재미있어요. 라디오에서 10년 넘게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했지만, 그와 다른 신선한 재미를 느끼고 있죠. 플랫폼이 달라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땐 쉽게 말해 계급장 떼고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간 해왔던 성취가 무엇이건, 직위가 무엇이건, 유튜브라는 생태계에서는 공채 라디오 PD로서의 커리어가 사실 의미가 없잖아요. 그간 했던 걸, 계급장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스탠스랄까요? 출발점이 너무 신선하고, 몸과 마음이 가벼웠어요. 안 된다고 부끄럽고 창피한 게 아니라, 저는 이게 사실 시작 단계고 아직 안 되고 있는데도 거기서 오는 즐거움이 있어요. 기존 해왔던 데일리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서 느껴지는 회의감과 달리, 새로운 도전에서 오는 신선한 공기 같은 게 있죠. 실제로 다름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요즘 막연하게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배우는 것도 많고, 배움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잘 할 수 있겠다 싶어요. 구독자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면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는 "쪽팔린 건 잠깐이다. 보통 그게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곤 하는데, 나는 다행히 낯이 두껍다"며 웃었다.
주간윤이모는 작업 방식 자체가 디지털이다. SNS로 짧은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도 곧바로 제작에 돌입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따를 필요도, 이유도 없다. 수평적 구조 속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간윤이모가 유지될 수 있는 힘 중 하나다.
여타 유튜브 음악 채널과 차별화된 힘도 분명 있다. 라디오 채널만이 지닌 특유의 사람냄새다. "기존 유튜브 음악 채널들은 아티스트 위주, 일종의 플레이리스트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말과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과 차별화 된 감성을 넣은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죠. 기존 유튜브에는 없지만, 유튜브라는 생태계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요."
결국 주간윤이모는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면서도 라디오 PD로서, 라디오 고유의 정서적 강점을 유지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시도다.
아직 시행착오 단계지만 모든 도전의 시작이 가장 중요하듯, 주간윤이모를 만들어가고 있는 PD들은 라디오 PD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 유의미한 도전의 토대를 차근차근 다져가고 있다.
"유튜브는 이 시대의 전파 같아요. 우리가 어릴 땐 TV나 라디오 전파밖에 없었고, 그 전파를 국가가 독점하되 사용권을 일부 방송국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대중에 전달했다면, 지금은 유튜브를 매개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지금 시대의 전파는 유튜브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하지만 라디오를 좋아하는 라디오 PD로서, 라디오의 문법을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싶었죠. 저는 라디오 PD로서 이 시대의 라디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유튜브지만, 언젠가 또 바뀔 수도 있겠죠. 시대가 바뀌면 또 그 시대의 전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때도 저는 그 시대의 라디오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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