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재·부품 중요성 간과한 韓…日에 정면충돌 땐 실패 자초하는 꼴"
입력 2019-08-08 15:17 
뤼 벤푸 중국과학원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 제공 = 중국과학원대]

"한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완성품에만 너무 많은 중점을 둔 탓에 한국 경제는 기형화 됐다. 반도체 수출 이익이 없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절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뤼 벤푸 중국과학원대 경영대학 교수는 7일(현지시간)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에 닥친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 위기가 한국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기둥 산업이고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뤼 교수는 "양국간의 투쟁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약자는 무모하게 맞서면 더 강한 상대에게 붙잡히게 된다'는 '손자병법'의 이론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한 불만 표출, 미국의 중재, 일본 상품 불매운동 등 거의 모든 수단을 다 써버렸고 그 효과는 미미했다"며 "한국이 계속해서 정면충돌을 지향한다면 실패를 자초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뤼 교수는 "전쟁은 과학과 같다"며 "자신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현실적인) 측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달 1일 일본이 수출을 제한한 불소화합물과 포토레지스트, 불소화수소 등 3가지 화학물질을 올해 첫 5개월 동안 1억4410만 달러 규모로 수입했다"며 "이 금액이 비교적 적은 양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반도체 생산은 이런 재료 없이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은 한국으로의 공급 물량을 잃는 것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은 버티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고 꽤 성공적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은 반도체 산업의 변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생산 과정에는 설계와 제조, 테스트가 포함되는데 특히 제조와 테스트 단계에서는 소재와 장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일본 도시바가 후퇴하고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기업들이 메모리 산업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생산 체인의 핵심기술을 장악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실상은 대체 불가능한 일본의 원자재와 장비에 종속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뤼 교수는 "일본은 미국과 한국이 시장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동안 가장 원천적인 소재·부품 기술을 발전시켜 나갔고, 한국은 빠르게 시장 우위를 차지했지만 안정적인 소재·부품 공급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며 "중국은 한일 간 경제 전쟁 상황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일례로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는 앞으로 한 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많은 기업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인 뤼 교수는 중국의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지은 고전 병법서인 '손자병법'과 수리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접목한 다양한 경제 발전 모델을 제안했다. 2000년 '77가지 경제 네트워크 모델'이라는 저서를 펴내 중국에 인터넷 개발 붐을 일으켰다. 중국혁신발전전략연구소 부소장, 중국정보경제학회 부이사장 등을 지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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