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간은 부서지기 쉽다…김지훈 개인전
입력 2019-08-08 09:53 
김지훈 '대체 무슨 일이죠'(240x170cm)

자연재해와 교통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삶을 부셔버린다. 무너진 건물과 파괴된 자동차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동양화가 김지훈(34)은 장지에 먹(墨)으로 잿빛 사고 현장을 그렸다. 화재 연기가 먹물로 검게 퍼지는데 마치 인생에 드리운 먹구름 같다. 그림 속에서 작가가 만든 캐릭터 '후라질맨'이 등장해 사고 상황을 살핀다.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자동차를 들여다보는가 하면,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다.
'대체 무슨 일이죠'(240x170cm)
작가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후라질맨으로 설정했다. 취급주의를 뜻하는 영어 프레질(Fragile)과 우리말 비속어 우라질의 합성어에 히어로 영화 주인공처럼 맨(Man)을 붙여 만든 단어다. 슈퍼맨이나 베트맨,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과는 달리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도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존재다. 바보처럼 공사장이나 사고 현장을 통제하는 원뿔형 교통표지판(칼라콘)을 뒤집어 쓰고 방호복을 입고 있다.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 고립, 상처 등을 드러낸다.
후라질맨이 우리 사회 사건사고 현장에 들어가 있는 회화 '대체 무슨 일이죠' 연작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12일까지 서울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에서다. 동양화 소재를 사용하되, 동시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는 초겨울 새벽녘 안개가 자욱한 숲의 떨림을 담은 수묵화 '검은숲'도 걸려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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