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미운오리`였던 밥캣, 두산 먹여살린다
입력 2019-06-30 17:45  | 수정 2019-06-30 19:26
한때 그룹 유동성 위기의 주범이었던 두산밥캣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두산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거듭나고 있다.
2017년 이후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리며 다른 계열사의 실적 부진까지 만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도 올해 들어 두산밥캣 주식을 집중 매수하며 5% 이상 주요 주주 자리에 올랐다.
30일 두산그룹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최근 4분기(2018년 2분기~2019년 1분기) 연속 연결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기간 꾸준히 1000억원 이상 이익을 낸 곳은 그룹 내 두산밥캣이 유일하다. 다른 계열사는 영업이익 중 상당 부분을 '자회사 효과'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제외하면 실적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하단 기업 실적의 100%가 상단 기업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본연의 실적을 보려면 두산중공업에서는 건설과 인프라코어를, 인프라코어에서는 밥캣의 영업이익을 빼면 된다"면서 "두산밥캣의 이익이 가장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223억원이지만 자회사 효과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652억원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감소하기 직전인 2017년 1분기 실질 이익(706억원)과 비교하면 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두산건설의 이익은 128억원에서 71억원으로 44.9%나 감소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주택사업 일감이 크게 줄었다. 이 기간에 두산밥캣은 848억원에서 113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2년 새 33.6% 증가했다. 늘어난 이익으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두산밥캣은 2017년 이후 올 1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669억원을 기록했는데 자회사를 제외한 실질 이익 기준으로 그룹 내 단연 1위 기록이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5조원을 들여 미국 잉거솔랜드의 건설기계 사업부(현 두산밥캣)를 인수할 때만 해도 이 같은 효자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재무 부담만 키우는 존재였다.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총차입금은 6조982억원으로 두산밥캣 인수 직전(1조2864억원)보다 5배 증가했다. 2010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부채 비율이 526.5%까지 치솟았다. 이후 2011년부터 미국 건설 경기가 반등하며 두산밥캣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두산밥캣은 미국을 중심으로 스키드로더 콤팩트트랙로더 미니굴착기 등 건설기계를 팔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 점유율을 높이며 실적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2017년 1분기 북미·오세아니아 지역 매출 비중은 68%였으나 올 1분기 75%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산밥캣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센터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미국 법인은 키우고 있는 반면, 유럽 자회사는 대거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자신감에 두산밥캣은 빚을 잘 갚는 '모범생'으로 변신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20일 차입금 1억5000만달러(약 1742억4000만원)를 조기 상환했다고 밝혔다. 조기 상환 공시는 2014년 이후 일곱 번째다. 두산밥캣의 현재 총차입금은 9733억원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부채 비율은 올 3월 말 기준 80.1%로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중 가장 낮다. 이에 따라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 비율도 덩달아 개선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88.7%까지 낮아졌다.
두산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을 돕기 위해 2013년 이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도 두산밥캣의 활약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캐시카우로 부상한 두산밥캣에 국민연금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4.94%에서 올해 6.05%로 이 종목 지분율을 높였다. 최대주주는 두산인프라코어(51.05%)이며 기존 2대 주주인 미국계 롱텀펀드 블랙록(6.21%)과 국민연금의 격차가 좁혀졌다. 이에 따라 배당주에서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주당 7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 두산밥캣은 이후 2017년 800원, 작년 900원으로 꾸준히 인상해 올해에는 1000원이 예상된다. 향후 미국 농기계 시장 진출까지 예정된 두산밥캣 주가는 지난 3월 말 이후 6월 말까지 17.8%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각각 7.3%, 11.8% 하락했다. 두산건설과 지주사 두산의 주가는 모두 8%씩 올랐지만 두산밥캣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