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득 없는 노인층·증빙 어려운 농민, 돈 빌리기 더 힘들어져
입력 2019-05-30 17:58  | 수정 2019-05-30 19:55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17일부터 도입되는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을 30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저축은행 지점에서 대출 희망자가 신용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매경DB]
◆ 제2금융권에도 DSR 도입 ◆
금융위원회가 30일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는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30일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는 토지나 상가를 담보로 한 비주택담보대출은 소득증빙이 없어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DSR를 따지기 시작하면 비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소득을 증빙할 자료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을 많이 취급하는 비주택담보대출, 즉 상가·토지 등을 담보로 한 대출은 현재 소득 확인 없이 담보가치만을 토대로 대출을 해준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이 있다는 것을 별도로 증명해야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저축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유가증권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노인들의 대출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집 한 채는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연금밖에 없는 노인들에게 DSR를 확대 적용하면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득이 많은 사람은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는 만큼 이번 DSR 확대 적용은 주로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농어업인의 대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농업인 소득은 농촌진흥청 소득자료를 기반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았다. 농협 관계자는 "이 경우 소득자료에 기반한 소득이 실제 소득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예전과 같은 수준의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제2금융권으로 DSR 관리지표를 확대 적용한 건 정부가 그만큼 제2금융권 부채 증가를 우려했다는 뜻"이라며 "저소득층에 어느 정도 충격이 있더라도 일단 가계부채 확대는 확실히 막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정부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금융위가 이날 "DSR 산정 시 소득은 이전보다 넓게, 부채는 좁게 반영키로 했다"고 개선된 DSR 산정방식을 함께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DSR는 부채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누어 계산하기 때문에 소득을 넓게 인정하고 부채를 좁게 인정하면 DSR 수치는 낮아지게 된다. 상환능력에 걸맞게 대출해준다는 원칙을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되 저신용·저소득 차주가 소외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소득의 경우 먼저 DSR를 산정할 때 농어업인의 '조합 출하 실적'도 신고소득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신고소득이란 신용카드 사용액, 임대료, 신용평가사 추정 소득 등 대출 신청자가 직접 제출한 자료로 확인되는 소득이다.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국세청에서 확인해준 '증빙소득'이나 국민연금 납부내역 등 공공기관의 발급자료로 확인되는 '인정소득'에 비해 객관성이 떨어져 인정 범위가 작았다.
신용평가사가 추정한 소득을 80%까지만 DSR 계산 시 소득으로 인정해주던 규정도 90%로 올려 적용키로 했다. 또 인정·신고소득 자료를 통해 산출한 소득액은 최대 5000만원까지만 인정해주던 규정을 최대 7000만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2가지 이상의 소득자료로 차주의 소득수준이 확인될 경우에 한해서다.
반대로 부채 산정 범위는 좁혔다. 예·적금담보대출의 경우 기존에는 원금상환액과 이자상환액을 모두 DSR에 반영했지만 앞으로는 이자상환액만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예·적금담보대출은 담보(현금성 자산) 가치의 변동성이 낮고 유사시 담보자산을 처분해 손쉽게 원금을 상환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보험계약대출의 경우 해당 대출을 받을 때는 DSR를 산정하지 않기로 정리했다. 다만 다른 대출의 DSR를 계산할 때는 보험계약대출액의 이자상환액을 반영한다.
대부업 대출 역시 대출을 받을 때는 DSR를 산정하지 않고 이후 다른 대출을 받을 때에는 DSR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부업 대출은 DSR에 산정되지 않았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