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화값 더 떨어지나…`달러예금`에 몰려
입력 2019-05-12 18:46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프라이빗뱅킹(PB) 창구. 달러 연계 신탁 상품에 관심을 가진 가입자, 생애 처음으로 외화예금통장을 만들기 위해 온 고객 등으로 창구가 붐볐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값 급락으로 달러화 상품에 대한 문의가 평소 대비 3~4배 이상 늘었다"며 "다양한 달러 연계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이 5월 들어 일주일 새 1억달러 가까이 급증했다. 원화 약세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예금자들이 원화가 아닌 달러화 예금으로 대거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4월 말보다 9300만달러 증가한 129억55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은 환율이 급등락한 2월과 3월에 감소세를 보이다 4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일주일 만에 1000억원 이상 늘며 증가세가 더욱 가파른 모습이다.
달러화 정기예금은 통상 달러화 대비 원화 값에 대응해 움직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안정된 추세를 보이던 원화 값은 지난 3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4월 중순에 하락 폭이 커졌다. 3월에는 원화 값 하락으로 사전에 달러로 보유하던 예금자들의 '달러화→원화' 차익 실현 물량이 풀려 한 달 새 9억5100만달러의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원화 값 하락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일 달러당 원화 값은 1177원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1182.9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장중 기준으로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일부에서는 원화 값이 12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분기 성장률이 -0.3%를 기록한 데다 1분기 경상수지도 6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돌아서는 등 신흥국 중에서 통화가치 하락 요인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환율 전문가들은 원화 값이 단기 급락한 만큼 당장 달러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1150원 선으로 상향 안정화되면 분할 매수할 것을 조언한다. 원화 값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결렬됐지만 한 달 내에 다시 절충안이 타협될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예금자보호가 되는 달러화 예금 외에도 미국 달러 환율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등 달러 투자상품도 괜찮은 투자 대상"이라며 "다만 당장 달러 보유를 권하기에는 원화 값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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