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영업 파산 → 깡통대출 급증 → 저축銀 부실 `악순환`
입력 2019-05-02 17:56  | 수정 2019-05-02 21:29
지난달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거리에 있는 가게 출입문에 사금융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창원 = 김강래 기자]
◆ 위기의 서민금융 ◆
지난달 25일 전라북도 군산 국가산업단지 중심이었던 오식도동 식당가.
지난달 말 들른 이곳 거리는 매우 썰렁했다. 군산공단의 두 축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2만명 넘는 사람이 떠났다. 오식도동에서 3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하는 황 모씨(60)는 "현재 원룸촌 공실률이 50%를 넘는다"며 "23㎡(약 7평) 크기 방값이 2년 전만 해도 30만원이었는데 이젠 15만원으로 낮춰도 안 나간다"고 했다.
상점가 곳곳에는 '임대·매매'를 내걸고 새 주인을 찾는다고 써 붙인 안내문이 보였다. 신 모씨(38)는 10년간 다니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2017년 이 동네에 치킨집을 열었다. 신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최근 단체손님을 본 지가 수개월이 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역 경기가 무너진 경남 창원, 전북 군산 내 주요 상권 상인들은 입을 모아 "매출이 30~40% 이상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불경기로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대출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건전성도 위기에 처했다.

창원 대표 상권인 상남시장 일대는 명성과 달리 초라했다. 상남시장 건물 3층 사무실에서 만난 신동만 상인회장은 "과거에는 가격이 싸다는 장점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부터 우리나라 직장인까지 많이 왔다"며 "그런데 탈원전, 부동산 정책으로 기업 일자리가 줄어드니 유동인구 절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상남시장 인근 가게 중에는 영업은 안 하면서 관리비만 내는 곳도 많아졌다고 한다. 60대 택시기사 조 모씨는 "창원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자취를 감췄다"며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내년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구시 소재 공단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재 공장 10곳 중 3곳은 매물로 나왔다"며 "사업을 아예 접으려고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성서산업단지 소재 W사 직원은 "일거리가 거의 다 사라져 매출이 급감하는 것"이라며 "1~2인 중소기업이 많은 제3일반산업단지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방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어든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도 덩달아 연체율이 치솟고 부실 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창원·거제 등지를 관할하는 신용회복위원회 창원지부는 상담을 받으려면 기본 3~4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업 채무 비중이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창원지부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대부업 대출을 받은 방문객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10명 중 8명이 대부업 대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을 방법이 없자 집이라도 내놓고 대출을 상환하려고 소유하던 아파트를 자진해서 경매로 내놓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방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도 사실상 사라져 경매조차 쉽지 않다. 군산 한 새마을금고 임원은 "80%대였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최근 70%대로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채권을 회수할 길이 막혀 있는 구조라 일부 지방은행과 상호금융조합들 중에는 대출금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추심을 포기하고 대손상각으로 처리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회수 불가능한 대출 자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창원 소재 한 저축은행 지점장은 "창원 일대는 개인파산·회생을 위한 부채잔액증명서 발급률이 다른 대도시 대비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울산, 창원, 전주 지역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신청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법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9.2%의 개인회생·파산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회생법원(5.6%)의 6배에 육박한다. 군산 등을 담당하는 전주지법(12.8%)과 부산지법(16.8%), 울산지법(20.2%)도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수협 등 전국 상호금융조합 2237곳 연체율은 지난해 상승세로 전환했다. 2016년 말 1.25%에서 2017년 1.18%로 줄었으나, 2018년 들어 0.14%포인트 상승하며 1.32%로 다시 뛰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저축은행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17년 말 4.85%에서 2018년 말 6.23%로 증가하며 자산 부실화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창원·대구 = 김강래 기자 / 군산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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