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례적 금리 역전…당분간 주담대 고정금리가 유리
입력 2019-05-01 17:48  | 수정 2019-05-01 20:46
경기 침체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출 전략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이례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하더라도 당분간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다고 전망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싼 고정금리' 현상이 올해 중에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는 연 2.71~4.21%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에 비해 0.01%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반면 신규 기준 변동금리는 3.16~4.66%, 잔액 기준 변동금리는 3.39~4.89%로 전달보다 소폭 상승하거나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신규 기준 44bp, 잔액 기준으로는 67bp나 더 낮아진 것이다. 100bp는 1%를 의미한다. 지난해 7월 KB국민은행에서 고정금리가 잔액 기준 변동금리보다 7bp 낮은 역전 현상이 2년여 만에 나타난 이후에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다른 은행들도 고정금리 최저는 2%대에 머무는 반면 변동금리는 최고가 5%에 육박하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은행 고정금리는 2.94~3.94%, 변동금리는 신규 3.34~4.34%, 잔액은 3.42~4.42% 수준으로 40bp 내외로 차이가 났다. 신한은행은 고정금리는 2.99~4.1%, 변동금리는 신규 3.29~4.64%, 잔액은 3.32~4.67% 수준으로 약 30bp 차이였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변동금리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수석연구원은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30bp 이상 낮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인 25bp 인하하더라도 여전히 고정금리가 낮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중장기 정책 역시 저금리일 것"이라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현상 역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높다. 은행으로선 3~5년간 금리를 고정해두면 시중금리가 올라도 이자를 높여 받을 수 없다 보니 가산금리를 붙여 리스크를 헤지한다. 그런데도 최근 고정금리가 하락한 건 고정금리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AAA등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2.07% 전후였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1.897%까지 하락했다. 금융채 5년물은 미국채 10년물 등 장기 채권에 연동돼 움직이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적 불확실성의 영향이 컸다.
이렇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되자 고정금리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비중도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가계 신규대출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44.3%로, 2016년 10월(45.7%)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고정금리 비중이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5월 22.2%보다 약 두 배 높아진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담대 고정금리 수준은 사실상 최저 수준으로 보인다"며 "만약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고 고정금리가 지금보다 떨어진다면 은행으로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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