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EO의 투자 한수] 찬바람 부는 공모펀드 `당근` 필요할때
입력 2019-04-25 17:08  | 수정 2019-04-25 20:02
지금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위축돼 있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공모펀드 설정 잔액은 230조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40조원 감소했고, 특히 주식형은 10년 동안 130조원에서 69조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나 줄었다. 또한 1분기 동안 신규 설정된 펀드는 2조원 규모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가져왔을까. 공모펀드 시장이 일반 개인들의 투자 대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우선 일반 가계의 자발적인 투자 여력을 살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가계의 저축률은 별로 변하지 않은 가운데 가계 부채 부담은 늘어났다. 저축의 상당 부분이 퇴직연금이나 4대 보험 납부와 같은 이른바 '강제 저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발적인 투자 여력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공모펀드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지난 몇 년 동안 급속하게 증가한 사모펀드 시장이나 일임 시장으로 향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두 번째 요인, 특히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이 축소된 배경은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투자자는 적지 않은 보수를 지불하고도 초과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펀드에 많이 실망했다.
이때부터 일반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금융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시장을 이기는 초과 수익을 기대하고 비싼 보수를 지불하느니, 저렴한 보수에 간단한 온라인 거래를 통해 지수 상승 또는 하락 추세에 투자(ETF)하겠다는 투자 성향이 자리 잡았다.

게다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상대적으로 짧은 투자 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올릴 기회(ELS)까지 있었다.
세 번째로는 그동안 공모펀드 시장에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전체 공모펀드 시장이 부진했던 기간에도 해외 부동산 펀드나 몇몇 해외 주식형 펀드는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공모펀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무슨 전략이 필요한가. 해결책은 부진한 원인 속에 있을 것이다. 우선 장기 투자자가 적지 않은 보수를 지불하고도 충분한 수준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거둘 수 있도록 자산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컨대 시장에서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가 급감하던 와중에도 수탁액이 증가한 펀드와 자산운용사가 항상 존재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펀드에 장기 투자 유인을 주는 조세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과 이익을 통산해 과세하고, 손실도 이월 공제할 수 있게끔 과세 체계가 개편돼야 한다. 셋째,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를 위한 공모 펀드를 통해 해외와 대체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사가 적지 않은 주의와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산운용사를 이렇게 이끄는 힘은 투자자에게서 나온다. 특히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시대에는 투자자 스스로 투자 위험을 충분히 숙지하고 본인 생애주기에 걸맞은 신중한 선택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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