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이야기] 태영호가 밝힌 북러 정상회담의 3가지 효과는
입력 2019-04-25 14:53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효과를 3가지로 정리했다. △역내 리더십 공고화하기 △대내적으로 제재완화 메시지 주기 △경제적 실익 확보 등이다.
태 전 공사는 2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9 아산 플래넘'에 패널로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이라며 이러한 효과를 들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첫번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정당성"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 지역에서 젊은 리더이고 3~40년 간 정권을 잡기를 원하기에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힘을 키우기 위한 방법은 이 지역의 주요 행위자들과 동급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문재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으니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만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 주석과 4번, 문 대통령과 3번, 트럼프 대통령과 2번 만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푸틴 대통령을 만난 다음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날 수도 있다"고 예상하며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에게는 큰 이득이다"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가 밝힌 두번째 효과는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 제재 완화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태 전 공사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내 관영언론은 계속 북한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던 중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떠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린 것은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적 고통이 경감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길 원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효과는 식량 지원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실익 확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6~7월이 식량과 관련해 어려운 시기"라며 "최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을 밀어붙여 인도적 식량 원조를 미국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북한에 밀 5만t 무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4일에는 밀 2090t을 우선적으로 지원한 적도 있다. 북한이 이번 회담으로 러시아로부터의 원조를 더욱 확고히 알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한국에게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숨겨진 핵시설을 공개하고 유엔제재의 부분적 해제를 요구하는 '새로운 딜'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보단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영변과 숨겨진 핵시설을 대가로 유엔 안보리의 5개 주요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직 '안전지대'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2016년 이후 부과된 5개의 대북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수용 제재에 한해 '부분 해제'를 요청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미국 협상팀은 이를 사실상의 '전면 해제 요구'로 보고 회담장을 떠난 바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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