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경 처리 무산…정국 급랭
입력 2008-09-12 10:45  | 수정 2008-09-12 10:45
【 앵커멘트 】
밤새 논란을 벌인 끝에 추경안 처리가 무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관계도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성철 기자.


예, 국회입니다.

【 질문 1 】
먼저 간밤의 상황부터 정리해 주시죠.

【 기자 】
어젯밤까지 여야 협상이 계속됐는데, 추석 전에 반드시 추경을 통과시키겠다는 한나라당 입장과 문제가 있는 추경을 처리할 수 없다는 민주당 입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한나라당은 결국 선진당과 손을 잡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원안보다 5천억 원 정도 깎은 4조 2천억 원의 추경안을 국회 예결특위에서 통과시켰습니다.

한나라당은 내친김에 본회의 처리까지 강행으로 밀어붙일 작정이었는데, 뒤늦게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예결특위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 1명이 지역구에 가는 바람에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1명을 긴급 교체 투입했는데, 국회의장의 결재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결위 처리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추경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밤새도록 본회의장을 지켰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전 4시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추경안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 질문 2 】
결과적으로 추경안 처리가 무산되긴 했지만,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를 시도했고,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여야 관계가 우려되는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여야 관계, 나아가 연말까지 남아 있는 정기국회 의사일정 모두가 파행 위기에 처했습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번 사태를 예산안 날치기 미수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한나라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또,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어젯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추경예산안에 대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며, 합의안에 잉크가 마르기 전 한나라당이 합의안을 묵살하고 날치기 통과를 시도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이미 예결위를 통과한 추경안도 무효라고 주장하며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민생을 위해 강행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추석 이후 여야의 한판 재대결이 불가피합니다.

여야 관계가 악화하면서 추석 이후 예정된 국정 감사와 민생 법안 처리,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모든 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 질문 3 】
여야 관계도 여야 관계지만, 여당 내부도 문제겠지요.
한나라당 의원들은 밤새 본회의장을 지키다 골탕 먹은 셈인데,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불만이 많겠어요.

【 기자 】
강행 처리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고서도 추경 처리는 무산됐습니다.

욕은 욕대로 먹고, 성과는 없었던 셈이어서 여당의 무기력함이 또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너무 성급했다'는 당내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허탈함도 불만을 증폭시켰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추경안 처리 직후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말이 추경안 처리 무산에 따른 사의 표명을 뜻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의원들의 재신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홍 원내대표뿐 아니라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주호영 수석 부대표 등 원내대표단 전원의 동반 사퇴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여야 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은 가운데 여당의 원내지도부마저 물러나면 정기국회는 방향을 잃고 표류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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