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부 "재개발하려면 임대주택 더 내놔라"
입력 2019-03-07 17:38  | 수정 2019-03-07 21:29
한강변 재개발 구역으로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는 한남3구역의 전경. 이곳에는 전체 5816가구 가운데 임대주택 876가구가 들어선다. [매경DB]
앞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현재 15%인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 상한선이 높아진다.
서울 등 도심에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재개발 사업이 과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2중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없는 재건축 사업에도 '임대주택'을 늘리라며 압박하다가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에서 보듯이 도심재생이나 재개발 사업엔 또다시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어설픈 정부의 팔 비틀기가 시장을 왜곡해 주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 밖에 재개발 정비계획에 주민들의 추가분담금 규모 등을 사전에 공지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임차인 참여 협의체 구성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재개발 사업에 적용되는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선이 높아진다. 현재 관련 법상엔 재개발 사업 시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임대주택을 '건립 가구 수의 30% 이내'로 규정했는데, 시행령에선 이를 완화해 '15% 이내'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판단해 조례로 의무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한선은 재작년 8·2 부동산 대책 당시 5%로 지정했다. 지자체에 따르면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서울시가 15%, 부산이 8.5%, 인천 대구 울산 등이 5%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비 업계는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선이 20~25% 정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4년 9·1 부동산 대책 당시 20%였던 재개발 의무임대주택 상한선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엔 이 비율을 25%까지 올리는 법안이 정동영 의원실 발의로 올라와 있다.
국토부 방침은 사실상 서울시를 목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임대주택 비율 상한선을 올리면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를 박원순 시장의 약속으로 밀고 있는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조례에 이를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주택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서민 주거 안정이란 측면에서 서울시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며 "다만 임대주택 비율을 올리면 재개발 지역의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조례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행동이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고 현실성이 과연 있는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임대 의무비율이 없는 재건축에 대해서도 임대주택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1대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촌 왕궁아파트에 대해 가구 수를 늘리더라도 기부채납 시설로 임대주택을 포함시키라고 권고해 논란을 빚었다. 현행법상 재건축 시 임대주택 포함 여부는 의무가 아닌 주민들(재건축조합)의 선택 사항이다.
최근 정비사업계획 수정안을 제출한 한강삼익아파트 조합도 건축심의 과정에서 임대주택을 기본계획(40가구)보다 10여 가구 줄일 계획이었으나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다시 임대주택을 원래 수준으로 늘린 수정안을 제출했다.
특히 용적률 추가 인센티브 없이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만 늘리라고 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면서 주택 공급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서울지역 대부분 재개발 사업장에서 일반주거 2종 지역은 용적률 최대 250%, 일반주거 3종 지역은 용적률 최대 300%를 꽉 채워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현재 15%에서 20%로 높이면 사업 이익은 순감하고 결국 사업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서울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게 되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서울시가 이를 강제하려 한다면 사업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대주택 의무비율 하한 규정이 아니어서 조합 부담이 늘어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현재 미분양 등 지방 부동산시장 위축은 매수자 입장에선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하락 추세나 하락 폭이 시장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 보기는 어렵고,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시장 상황을 만드는 데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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