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준생들의 하소연 "면접 한번 보려면 7만원 넘게드는데…"
입력 2019-03-07 16:11 
본격적인 상반기 공채 일정이 시작되며 면접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지만 면접비를 지급하는 회사는 10곳 중 단 3곳도 안된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학 졸업 후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1년 넘게 취업을 준비 중인 황 모씨(25)는 최근 걱정이 늘었다. 상반기 공채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 황 씨는 "면접이 한 번 잡히면 비행기 표 값에 숙박비, 식비로 많게는 20만 원 가까이 깨지곤 한다"며 "공채 시즌을 기다리면서도 돈을 모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작도 전에 지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 면접비를 주면 당장 식비에라도 보탤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지만 실제로 받아 본 경험은 손에 꼽는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상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오며 황 씨처럼 면접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구직자 7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면접을 한 번 치르는 데 1인당 평균 18만 5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장 구매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회당 면접 준비 비용은 7만 4000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취업준비생이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항목은 교통비(97.7%)와 식비(92.1%)였으며 미용비와 이미지 컨설팅, 포트폴리오 출력 및 제작 등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면접비를 제공하는 회사는 네 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1555개사를 대상으로 면접비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25.5%만이 면접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급하는 면접비는 평균 3만 2000원이었다.면접비 지급 문화가 정착돼 있는 미국 등 외국과는 매우 다른 풍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채 시즌이 돌아오면 대형 취업 커뮤니티에는 면접비를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성토 글이 이어진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는 면접비를 주지 않는 회사들을 아카이빙해 둔 게시글까지 존재한다. 취업준비생 김 모씨(27)는 "회사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면접비라고 생각한다"며 "한 회사 면접에서 15만 원을 면접비로 받았는데 취준생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꼭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면접비가 곧 기업의 이미지까지 좌우한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이 늘어가자 실제 국회에는 면접비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4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자가 일정 수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면접시험 응시자에게 소요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권 의원은 "취업 준비 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면접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이 내야 할 면접비를 응시자가 지출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갑질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면접비 의무화가 내실 있는 채용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면접비가 의무화되면 이른바 '면접 병풍'으로 전락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면접 병풍은 앞선 전형을 모두 합격하고 면접장에 들어갔으나 변변한 질문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취업준비생 이시현 씨(26)는 "이력서 한 줄 안 읽고 지원자들을 무턱대고 부르는 기업 면접에서 병풍이 되곤 한다"며 "병풍을 서다 나온 한 면접에서 불합격했는데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까웠다"고 떠올렸다. 이 씨는 이어 "면접비 지급이 의무화되면 비용이 부담돼서라도 기업 측에서 좀 더 성의 있게 채용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면접비 의무화 이슈에 부정적이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327명을 대상으로 면접비 의무화에 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63.6%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면접비 부담으로 더 많은 구직자를 평가할 수 없어서(35.6%)'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면접비를 받기 위해 입사 지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30.3%)'는 걱정이 뒤를 이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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