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주우재 “연기,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자꾸만 욕심 나요”
입력 2019-03-07 07:01  | 수정 2019-03-07 08:48
주우재는 지난 한해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제공|YG 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주우재(34)에게 지난 한해는 특별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한해였달까.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은 없어도, 배우로서 분주한 시간이었다. MBN 드라마 ‘설렘주의보와 ‘최고의 치킨에 연이어 출연했고, 영화도 찍었다. 모델로 시작해 배우로서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은 후 한단계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최고의 치킨 종영 후 만난 주우재는 아쉬운 시청률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시청자들과의 ‘공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그는 또 배웠다”고 했다.
치킨 드라마라고 해서 치킨에 집중되는 드라마인가 했는데, 소소하고 따뜻했어요. 각자 캐릭터에 처해있는 상황들이 달랐는데 극복하는 과정들이 잘 그려진 것 같고요.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 전달된 것 같아 만족합니다. 치킨 광고요? 하하. 그건 들어오지 않았답니다.”
지난 달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치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투른 청춘들에게 위로가 됐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초보 사장님, 웹툰 작가가 되길 희망하는 지망생, 불의의 사고로 꿈을 포기했던 셰프, 뺀질거리던 알바생 등 어설펐지만 현실에서 있음직한 이들이 차츰 변화하는 모습들은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안겼다.
그에게도 이 드라마는 배우로서 희망을 갖게 해줬다. ‘최고의 치킨은 사실상 첫 주연 데뷔작이었다. 박선호, 김소혜와 함께 주인공 3인방으로 극을 이끌었다. 극중 최고의 요리사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앤드류 강으로 분한 그는, 노숙생활을 하는 등 밑바닥까지 경험하다 치킨집 주방에 입성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 인물을 이질감 없이 연기했다.

명색이 모델 출신인데 ‘비주얼을 포기해야만 하는 캐릭터, 그러나 주우재는 노숙자 모습일 때가 더 나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노숙자인 줄 알더라”며 웃었다. 땟물 한가득 나올 법한 의상과 꾀죄죄한 얼굴, 벙거지 모자 속에 감춰진 공허한 눈빛으로 극명한 대비를 표현해냈던 그다.
최고의 자리에 있다 바닥을 쳤고, 다시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여줘야 했죠. 최대한 갭을 많이 두고 연기했어요. 앤드류 강은 요리사일 땐 완벽해보이지만 빈틈이 많았죠. 노숙자일 땐 겉으론 초라했지만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연기했습니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이중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어려우면서 주력했던 부분이에요.”
촬영장 분위기는 대학 캠퍼스 여느 동아리처럼 따뜻했고, 열정으로 가득찼다고 한다. 박선호, 김소혜 등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 극에 양념을 더한 골목친구 3인방까지 모두 풋풋한 신예였다.
다들 비슷한 입장에 있는 배우들이다 보니 서로 의지도 되고 위로도 됐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같은 시기를 겪어냈고, 다들 눈이 초롱초롱하게 열정을 갖고 연기했죠. 제가 그 안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친구들이 편하게 대해주고 잘 받아줘서 고마웠어요.”
‘최고의 치킨이 촬영 과정의 즐거움을 알려줬다면, 앞서 출연한 ‘설렘주의보는 모든 게 낯설고 얼떨떨했다. 그에게 첫 TV 드라마 데뷔였다.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윤은혜 남사친으로 등장해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드라마 카메라와 현장에 적응하는 법을 습득해야만 했다. 무난한 캐릭터였는데 현장에서 윤은혜 누나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솔직하게 피드백을 잘해줘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이런 것들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걸 제가 모니터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고민도 점점 깊어져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직업 같아요.”
첫 주연 데뷔작 ‘최고의 치킨에서 주우재는 최고의 요리사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앤드류 강을 연기했다. 제공|YG 엔터테인먼트
주우재는 배우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모델, 예능 출연, 라디오 DJ, 의류 디자인, 쇼핑몰 CEO 등 다재다능한 매력과 끼를 발산해왔다. 누가 봐도 멀티테이너 같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여러가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를 펼쳐놓고 하는 건 아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주우재란 이름이 먼저 각인된 것은 예능 덕분이었다. 2016년 tvN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모델 출신 뇌섹남으로 출연해 재치있는 입담으로 주목받았다. 홍익대 공대 출신 엄친아, 안정적인 길을 두고 방송에 뛰어든 무모한 늦깍이 신인. 그것만으로도 얘깃거리가 될 만한 신예였다. 이후 주우재에겐 러브콜이 이어졌고, MBC ‘라디오스타,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치 넘치는 패널로 활약했다.
특히 ‘연애의 참견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프로다. 2030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그가 던지는 말, 애드립, 리액션들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혹시 실전 연애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냐는 얘기가 나올 법 했다.
그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실제 제 모습에 가까워요. 대본이 있긴 하지만, 리딩도 안하고 들어가죠. 미리 내용을 알면 잔뜩 화난 상태로 들어갈 것 같은데…그래서 더 리얼한 반응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은 몇 달째 얼떨떨하게 있었어요. 연애 경험이 많다거나 사회 경험이 많아서는 아니고, 사람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상식선을 갖고 얘기해요. 그런 표정들이나 리액션들을 불편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더 통쾌함을 느낀다고 해서 되게 얼떨떨해요.”
‘연애에 참견 잘하는 주우재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좀 다를까 해서 던진 질문인데 제가 갖고 있는 연애관이나 연애에 대한 기준 역시 보편적”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성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건 갖고 있지 않긴 해요. 생각 자체가 열려 있긴 하죠. 활동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연애할 생각입니다. 연애를 안 한지도 오래됐고, 한창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연기에 대해 공감할 거라 생각해 기회가 있다면.”
28살에 모델로 데뷔해 30살이 넘어 연기를 시작한 주우재. 남들보다 한 템포 늦었지만, 조급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여유롭다. 제공|YG 엔터테인먼트
28살에 모델로 데뷔해 30살이 넘어 연기를 시작한 주우재. 남들보다 한 템포 늦었지만, 조급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여유롭다. 카메라 밖 주우재도 나른한 삶을 산다”고 고백했다.
제 일상은요, 잘 누워있고 요즘엔 강아지에 대한 관심도가 제일 높아요. 첫 반려견인데 4개월 정도 됐어요. 취미라면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많았어요. 액티브한 그런 건 없어요.”
정적인 쪽에 더 가깝다는 그는, 깜짝 놀랄 만한 음악 마니아다.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 들었고, 뮤지션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뜨겁다. 요즘에는 좀 옛날 앨범인데…‘빛과 소금 앨범을 많이 듣고 있다”고 했다. 장기호 뮤지션님의 개인 앨범을 많이 듣고 있어요. ‘키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을 때 그때 음악들이요. 요 며칠 사이 그것만 들었던 것 같아요.”
주우재는 라디오 때문이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잡지식이 많아졌다. 에피소드에 대한 얘길 비교적 많이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러다 가수로도 데뷔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좋은 리스너이자 플레이어는 아니다”며 리스너로는 충분히 활동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요즘 가장 관심이 흐르는 부분은 또 ‘가족에 대한 생각이라고. 그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5시간 거리에 있었는데 제가 자취를 하다보니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다”면서 조만간 9서울로) 올라오시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주우재는 올해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로 관객을 만난다. 영화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악역을 맡았다고 한다.
악당 4명과 함께 출연하는데,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우당탕탕 왁자지껄 코믹스러우면서도 무겁고 통쾌한 범죄액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해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사에도 써주시면 감사하고요.”
happy@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