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력 피해자 나체 사진 제출한 남성, 불법촬영 혐의 '불기소'
입력 2019-03-05 11:40  | 수정 2019-03-12 12:05

여성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수사 기관과 법원에 상대 여성의 나체 사진을 제출해 불법촬영 혐의로 추가 고소됐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센터)는 오늘(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사건 내용을 공개하며 검찰이 성인지 감수성 없이 사건을 처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센터에 따르면 A 씨는 여성에게 여러 차례 성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2016년 7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고소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의 벌금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A 씨는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고소인과 친한 사이였다"고 주장하면서 수차례 고소인의 나체 사진을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동의 없이 찍은 사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소인은 A 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추가 고소했습니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 5월 성관계를 요구하면서 강제로 고소인의 옷을 벗겼고 이후 계속 성관계를 거부하자 동의 없이 나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소인은 이후 사진 삭제를 요구했고 A 씨로부터 "삭제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은 지난해 12월 A 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A 씨와 고소인이 과거 한 차례 성관계했고 호감을 갖고 만난 사이였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이밖에도 센터가 공개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유는 ▲ 고소인이 성폭행을 두려워했다면 신고하거나 모텔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 ▲ 사진 속 이불이 흐트러지지 않아 강압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려운 점 ▲ 불법촬영한 사진이라면 A 씨가 쉽게 증거로 제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 등입니다.

센터는 검찰이 밝힌 불기소 이유에 반박하면서 "A 씨는 이미 별건으로 성폭력을 저질러 처벌받았는데 검찰은 성폭력 범죄자가 제출한 여성의 나체 사진을 '친밀한 관계의 증거'로 해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법촬영과 사진 유포가 사회 문제로 떠올라 정부 차원 대책이 마련되는 시점에 수사 기관의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관점과 미온적 대응은 진일보하려는 이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검찰은 문제의식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소인은 A씨의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현재 대구고검에서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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