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케이컬처 DNA] BTS도 블랙핑크도 `억억억` … K팝 뮤직비디오에 무슨 일이?
입력 2019-02-27 15:30 
`봄날`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는 각종 상징과 고전을 차용해 팬들에게 해석의 즐거움을 안긴다. /사진=유튜브캡처
[케이컬처 DNA] 경기침체로 대한민국 방방곡곡 곡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유독 '억' 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 바로 K팝 뮤직비디오가 올라간 유튜브 채널이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낫 투데이(Not Today)' 뮤직비디오가 3억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3억뷰를 넘긴 뮤직비디오만 9편을 보유하게 됐다. '억' 소리 나는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뿐만이 아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갓세븐을 비롯한 인기 한국 보이·걸그룹은 뮤직비디오를 띄웠다 하면 순식간에 1억뷰를 찍고 있다. 억대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한 한국 아이돌 그룹과 그 특징을 정리해봤다.
◆ 스토리텔링에 강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뮤직비디오 안에 멤버별 캐릭터를 부여하고, 후속곡들과 이어지도록 설정한다. 앞의 뮤직비디오에서 던져진 '떡밥'(소설, 영화 등의 전개에서 독자·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지점)은 다음 뮤직비디오를 통해 구체화되고, 또 새로운 떡밥이 등장하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떡밥의 순환을 통해 원래부터 팬이었던 사람은 다음 뮤직비디오를 기다리게 되고, 새로 팬이 된 사람은 이전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게 된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에도 단발성 기획으로 몇몇 앨범을 시리즈로 묶은 팀들은 있었지만 시리즈형 앨범을 주요 전략으로 삼은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략의 유효성은 어디서 나올까. 방대한 세계관에 매료되는 현세대 특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세대는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라면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긴 시간을 투입해 공부하며 즐긴다"며 "스마트폰 시대에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방대한 정보 탐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으로 이어지는 '마블' 시리즈,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클로버필드'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세계 최고 인기 보이그룹답게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는 각종 리액션 영상의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조회수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중이다.


◆ 블랙핑크가 보여준 SWAG
최근 블랙핑크는 미국 가요계에서 한국 걸그룹 사상 유례없는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4월 12일과 19일, K팝 아이돌 그룹 최초로 미국 최대 음악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그냥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서브 헤드라이너(해당 공연에서 두 번째 중요도를 갖는 아티스트)'다. 이를 두고 힙합에 천착한 블랙핑크의 차별화 전략이 북미에 적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로 귀엽거나 섹시한 이미지에 집중했던 기존 걸그룹이 보여주지 못했던 스웨그(swag·허세 또는 멋)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뮤직비디오도 스웨그를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렬한 댄스 퍼포먼스와 함께 '어디서 껌 좀 씹어봤을 것 같은 언니'의 포스를 한껏 풍긴다. 6억8000만뷰를 넘어서며 K팝 남녀그룹 통틀어 최고 조회수를 기록 중인 뮤직비디오 '뚜두뚜두'가 대표적이다. 제니는 보석으로 무장한 탱크에 앉아 결코 겸손하지 않은 포즈로 팬들을 홀린다. 김헌식 평론가는 "YG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잘하는 게 이런 종류의 스웨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 '내가 제일 잘 나가'의 연장선상 아니겠냐"고 했다. 블랙핑크는 올 4~5월 예정된 북미 투어 티켓 6만석을 매진시켰으며, 6월에는 호주 투어로 상승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블랙핑크 `뚜두두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제니가 보석 탱크에 타 올라 스웨그를 과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 상큼함 가득한 트와이스
트와이스는 블랙핑크와 정반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큐트, 섹시, 걸크러시 등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때, 이들은 일관되게 과즙미를 발산해 왔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멤버들의 표정이나 뮤직비디오 배경이나 의상 모두 밝은 색 위주로 설정하며, 동화에서 볼 법한 아이템도 적극 차용한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발랄한 소녀들의 비글미에 건강함과 귀여움을 접목했다"고 이들의 강점을 꼽았다.
이런 접근법은 걸그룹 본고장 일본에서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트와이스 영상을 22억5000만 여회 재생하는 동안 일본에서만 조회수가 5억3100만여 회 기록됐다. 이는 전체 국가 중 1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2위 한국의 약 3억회보다 1.8배가량 많다.
트와이스의 `라이키`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과즙미를 뽐내기 위한 밝은 색감이 도드라진다. /사진=유튜브캡쳐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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