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잠입 르포…미리 가본 미북 단독 정상회담장의 모습은
입력 2019-02-27 13:18  | 수정 2019-02-27 15:39
2차 미북 정상회담장인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6층에 27일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 [사진 = 안정훈 기자]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물러나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친절하게 응대하던 호텔 직원의 말투가 27일 오전부터 날카롭게 변했다. 27~28일 제2차 미북 정상회담장으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이 최종 확정된 이후 이곳 직원들의 얼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변화는 26일 저녁부터 감지됐다. 기자가 투숙한 신관 오페라윙 6층에는 엘리베이터 로비에 벽이 설치돼 층 건너편 절반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6층 투숙객들은 기존 4동이었던 엘리베이터 중 좌측 2동의 엘리베이터만을 사용하도록 안내받았다. 건너편에선 26일까진 영어로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리다 27일 오전부터 북한 인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준비팀이 번갈아가며 묵는 것으로 추정됐다.
호텔 로비 입구에 배치된 인공기의 모습. [사진 = 안정훈 기자]
다음날 아침 7시부터 신관 지상층에 위치한 로비 프런트 앞에 북한 인공기가 9개 배치됐다. 미국 정상회담 실무진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그 앞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왔냐고 말을 건네자 "아무 것도 대답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문에는 커다란 은폐구조물이 설치돼 외부에서 호텔 입구를 볼 수 없도록 했다.
로비로 나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호텔 직원이 강하게 제지하며 기자를 객실까지 들여보냈다. 정상회담 때문이냐고 묻자 "그렇다. 보안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불과 어제까지 "비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거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말을 돌렸던 직원들도 이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27일 오전 로비 좌측 회의장에서 회담장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안정훈 기자]
로비에 좌측 복도에서는 긴 커튼이 드리워진 사이로 성조기가 배치된 모습이 보였다. 대형 회의장이 밀집한 좌측 구역은 26일부터 전체가 통제되고 있다. 백악관에서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 직원들이 27일 새벽까지도 분주하게 자재를 나르며 회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왔냐고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대답했으나 나르는 자재가 정상회담을 위한 것이냐고 묻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27일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로비 우측 회의장에서 포착된 미북 단독 정상회담장의 모습.
[사진 = 안정훈 기자]
이날 새벽을 틈타 잠시 로비 우측에 있는 회의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100㎡쯤 되는 크기의 회의장 모습은 이곳이 오늘 오후 6시40분(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단독 정상회담장이라는 것을 예감하게 했다.
격자무늬가 새겨진 배경벽이 설치된 가운데 성조기와 인공기가 각 6기씩 세워져 있었고, 그 앞으로는 의자 2개와 작은 테이블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5m 가량 앞으로는 프레스라인으로 추정되는 차단봉과 차단선이 배치돼 있는 모습이었다. 벽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수직으로 배열된 엠블럼 옆에 HANOI하노이(첫째줄) 회담SUMMIT(둘째줄)이라고 적힌 정상회담 플래카드가 좌·우·중앙에 3개 부착돼 있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때 사용된 플래카드와 비교하면 장소가 '싱가포르'가 '하노이'로 바뀌었고, 'SINGAPORE회담(첫째줄) 싱가포르SUMMIT(둘째줄)'에서 글자 배치가 일부 달라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26일 미국 백악관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만찬회동을 갖는다. 28일에는 확대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의 행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양국 정상이 앉을 의자 2개만 준비돼 있다는 점에서 이곳이 단독 정상회담장일 가능성이 높다. 1차 정상회담 때도 의자 2개·테이블 1개 등 흡사한 형식의 단독 회담장이 준비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27일 단독 정상회담으로 일정을 시작해 친교 만찬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8일 이어지는 회담에서 합의가 순조롭게 이어지면 공동 기자회견도 기대할 수 있다.
[하노이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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