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초중고교 113곳 교가 '친일파'가 작사·작곡
입력 2019-02-27 09:05  | 수정 2019-03-06 09:05

서울 초·중·고교 113곳의 교가를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학교 7곳에는 일제강점기 친일인사의 기념물이 있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어제(26일) '학교 내 친일잔재 조사' 1차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교조에 따르면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인사를 기리는 기념물이 있는 서울 초·중·고교와 대학은 7곳이었습니다.


고려대와 중앙고등학교에는 두 학교를 인수·운영해 '설립자'로 불리는 인촌 김성수 동상과 기념관이 있습니다.

김성수는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의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친일행위를 했고 이에 작년 건국훈장이 박탈됐습니다.

고려대 학생들은 꾸준히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휘문고에는 1910년 '한일합방조약'을 지지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민영휘의 동상이 남아있습니다.

또 영훈초등학교와 영훈고에는 이 학교들 설립자이자 일제강점기 때 당진군수 등 고위관료를 지낸 김영훈 동상이 있습니다.

또 교사 작사·작곡에 친일인사가 참여한 학교는 초등학교 18곳과 중·고등학교 95곳 등 113곳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공립학교도 35%(40곳)나 됐습니다.

독립선언서 기틀을 잡았으나 후에 친일인사로 변절한 최남선은 경신중고와 중앙중고, 휘문중고 교가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봄이 오면'과 '섬 집 아기' 등을 남긴 유명 작곡가 이흥렬과 '한국 가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성태, 김동진, 현제명 등은 초·중·고교 수십 곳의 교가를 작곡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한편, 113개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동작구 성남중고는 교가 내용이 친일인사인 설립자 원윤수와 김석원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분석됐습니다.

문제가 되는 가사는 '이 강산에 원석 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 크신 공덕 가이 없네'라는 구절입니다.

성남중고 교가는 특히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이라는 의혹도 받습니다.

'먼동이 트이니 온누리가 환하도다'라는 구절이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욱일기)를 연상시키며 문맥상 일왕을 가리킨다는 것입니다.

전교조 관계자는 "성남중고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성남중·고교는 이승만 정권 때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위도 벌이고 4·19혁명에도 참여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음에도 친일교가를 아직 없애지 못했다는 점이 친일잔재 청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전교조는 "학내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친일잔재 청산과 함께 이에 앞서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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