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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야구인생처럼…‘너클볼’로 日도전하는 전 LG 최성민
입력 2019-02-27 08:46  | 수정 2019-02-27 09:55
일본 독립야구 BC리그(BCL)가 26일 오후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한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합동 트라이아웃을 개최했다.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주)SPS KOREA가 주최하는 이번 트라이아웃은 BCL에 소속된 11개 전 구단이 모두 참가, 국내에서 열린 일본 독립야구 트라아아웃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일본 독립야구에 도전하는 전 LG 투수 최성민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안준철 기자] 아프지 않고, 잘 던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결론은 너클볼이었다.”
2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난 최성민(29·전 LG트윈스)은 이제 너클볼로 일본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날 최성민은 ‘일본 BCL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냈다. 일본 독립야구리그 중 규모가 큰 BCL(BC리그) 대표는 물론, 리그 소속 11개 구단 관계자가 모두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국에서 열린 일본 독립야구 트라이아웃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제는 잊혀진 선수가 됐지만, 최성민은 쌍둥이 마운드의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다. 서울고를 졸업한 2009년 신인 2차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29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입단 첫 해 7경기에서 8⅓이닝을 던져 7자책점을 기록한 그는 2010시즌 중반부터 선발로 꾸준히 나오기 시작했다. 속구 능력을 갖춘 좌완에 공을 숨기듯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까지 미래의 에이스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해 8경기 32⅔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그는 2011시즌에는 18경기 21⅓이닝 2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하지만 1군 커리어는 2011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최성민은 조용히 사라졌다. 2012시즌 중반에는 2군(퓨처스리그)에서 타자로 전향했다는 소문만 들렸다. 최성민은 아팠다. 2011시즌이 끝난 뒤 어깨가 너무 아파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팀에서는 즉시 전력으로 분류했지만, 몸이 안따라줬다. 그래서 타자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고, 결국 2012년에 군대를 갔다”고 말했다.
해병대를 지원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최성민은 소문이 와전됐다. 해병대를 지원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고, 현역으로 입대해 52사단에서 예비군 조교로 복무를 하다가 팔꿈치 수술을 받고 공익근무로 전환됐다. 전역 이후에는 LG로 복귀해 다시 투수로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서도 팔은 아팠다. 마무리캠프까지 갔지만, 결국 2015년 11월 최성민은 방출됐다. 최성민은 서운하지 않았다. 내가 몸이 안됐고, 프로에서는 필요없는 선수는 정리되는 게 운명이다. 야구를 관두고 캐나다 벤쿠버로 갔다. 이민을 준비하다가 다시 호주 퍼스로 갔다. 거기서 용접일을 하다가 한국인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면서 사회인리그에서 뛰게 됐다. 그 때 다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불붙었다”고 말했다.

아프지 않고 야구를, 투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게 너클볼이다. 최성민은 현역시절 너클볼러였던 김경태 코치(SK와이번스)와 LG에서 1년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김 코치님께 문의를 했는데, 처음에는 만류를 하셨다. 그러다 전화로 물어보고, 손에 익히면서 감각을 길렀다. 나중에는 코치님을 만나 여쭤보기도 했다”며 내 너클볼이 얼마나 통할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굴곡 많은 그의 야구 인생처럼 너클볼은 그렇게 왼손에 장착됐다.
지난해에는 친구가 코치로 있는 독립야구 성남 블루판다스에 잠시 몸담았다. 최성민은 그 때는 너클볼을 던지지 않았다. 독립리그 경기에 나가진 않고, 두산 베어스 3군과 연습경기에 나가긴 했다”며 이제 프로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크게 없다. 다만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 야구를 관두고 캐나다로, 호주로 갔던 이유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것도 내 너클볼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라이아웃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너클볼이란 게 잘 먹히는 날은 엄청 잘 들어간다. 하지만 안 먹히면 힘들다. 마음을 비우고 내가 던질 수 있을만큼 던지겠다. 너클볼이 잘 들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은 있다.” 한 때 이별을 생각했던 존재지만 이제 야구는 최성민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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