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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아성, ‘항거-유관순`에 녹인 진심
입력 2019-02-25 16:57 
고아성이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실존인물인 유관순 열사로 열연했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죄송했어요. 매일 같이 기도하듯 연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가장 안타까웠던 건 열사님의 음성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사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늘 가슴 한 켠이 뜨겁고 죄스러웠습니다"(고아성 손편지 중)
고아성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소원이었지만 막상 시나리오를 받고는 두려워졌다고 고백했다. 형언할 수 없는 무게감에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단다. 아픈 시대 속 모두가 알고 있는 위대한 인물 유관순 열사, 그리고 그의 숨겨진 이야기. 용기를 내 진심을 담아 연기했고, 비로소 관객들 앞에 서게 된 그는 언젠가 그 분(유관순 열사)을 만나게 된다면 목소리를 듣고 싶다. 무슨 이야기든 듣고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로 돌아온 고아성(27)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고아성은 유관순 영화에 대한 진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항거를 선택하기까지…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A. 그동안 실존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왔다. 100% 상상을 통해 어떤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도 매력적이지만, 실존인물처럼 사실을 토대로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막상 그 기회가 왔는데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감히 손댈 수 없는, 엄청난 존재였다. 일주일간은 바로 답하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지냈다.
Q. 충분히 그랬을 거다. 고민 끝에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A. 사실 만세 운동 당시를 담은 영화거나, 어떤 카리스마가 중요시됐다면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 같다. 인간적인 면을 더 드러내야 했기에 제안이 왔던 것 같고, 그래서 용기낼 수 있었다. 사실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렵고 두려웠지만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특히 그 무렵 ‘인간사에 완전한 진지함은 없다는 플라톤의 글귀가 마음을 때렸다. 평소 같으면 와 닿지 않았을 텐데, 영화를 찍을 때여서 그런지 용기를 얻게 되더라.
Q.도전은 만족스러운 경험이 됐나
A. 만족이라기 보단 너무나 소중했다. 준비하는 과정이 100% 상상이었다. 모티브를 주는 게 있긴 했지만 정말 어려웠다. 막상 실존인물에 영화가 다가오니까 기분이 다르더라. 마냥 소원을 이루는 느낌은 아니었다.
촬영 전부터 촬영, 후반작업,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기는 구간 없이 한 호흡에 이뤄진 느낌이다. 그만큼 영화를, 캐릭터를 내 안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여전히 강렬하고 너무나 생생하다. ‘조금은 벗어나 빨리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대로 빠져나오질 못했다. 개봉 후 관객들에게 보내고 나면 그땐 정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Q.그런 이유로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눈물을 흘린건가?
A. 아무래도 이별의 시작이 되는 자리다 보니 가슴이 더 벅차고 뭔가 복잡한 감정이 치솟아 올라 왔던 것 같다. 워낙 감정을 털어낼 시간도 없었고. 영화를 찍는 내내 만약 그 분(유관순)을 만나게 된다면, ‘부끄럽지 않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만세 운동 그 이후,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 실존했던 다른 독립운동가들에게도 마찬가지 마음이었다. 그 숨은 의식까지 담을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죄송스럽고 감사하고 안타깝고 힘들었던 다양한 마음이 뒤섞이니 눈물이 자꾸 나더라.
Q. 촬영 현장 분위기도, 함께 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남달랐을 것 같다
A. 촬영 순서가 영화상의 순서대로 이어져서 그런지 영화에서 그려지는 화합의 과정이 실제로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처음 8호실에 들어가서 다같이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일원이 되고, 거기서 또 다시 만세를 외치게 되기까지 모든 게 실제마냥 똘똘 뭉치는 강렬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이 하나도 빠짐없이 오롯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Q.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A. 모든 신이 약속에 따라 철저히 진행이 된 터라 특별히 후작용은 없었다.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 때면 감독님이 충분히 배려해주셨고, 감정을 추스르거나 비울 시간을 충분히 주셨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나만 특별하게 힘든 건 없었다. 스태프분들도 워낙 베테랑이셔서 환경적인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모두가 죄송스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모두에게 도전이었다.
고아성은 작품을 통한 소통을 꿈꾼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매번 예상치 못한 도전의 연속이다. 이번에도 무사히 마쳤다. 추후 계획은?
A. 어떤 작품이든 분량이나 그 외 부수적인 것에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다만, 한 작품 한 작품 경력이 쌓이면서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커지는 것 같다. 장르나 역할을 물론 내 연기에 대해서도 말투나 목소리, 느낌 등 뭐든 조금이라도 다르게 할 것을 찾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성격도 바뀌고 가치관도 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떤 가지고 있는 소신은 있다.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지만 작품을 보는 분들이 느껴주셨으면 하는 어떤 진심이 있다.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걸 찾아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그런 걸 찾아가는데, 그것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연기하고 싶다.
Q.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A. 유관순 열사를 단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충직하다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인간적인 의지, 끝내 놓지 않는 신념도 있다. ‘유관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거기에 ‘8호실 이야기라는 부제도 더하고 싶다. 숱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한 공간에 있었다는 걸 많은 관객들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고아성 주연의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유관순과 여성들의 1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3평도 안 되는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정신을 담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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